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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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성
  • 승인 2020.03.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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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

                               서정홍

누가 나 대신
들녘에서 땅을 갈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땡볕에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도로에서 길을 닦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날마다 구수한 밥을 먹고
날마다 따뜻한 옷을 입고
날마다 편안하게 잠을 자고
날마다 길을 걸어갑니다.

누가 나 대신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때론 밤을 꼬박 새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

나에게도 ‘누가’ 참 많습니다
우린 이렇게 누군가가 
먹이고 입히고 살리고 있습니다
아는 ‘누가’와 알지 못하는 ‘누가’
우리네 삶은 ‘누가’에 의해 지어져갑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항상 기도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집니다
그걸 믿기에 우린 
오늘도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한 시대를 내다보고 아파하고 
길을 찾는 자들이 있습니다
시대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자들
그들이 예언자요, 바로 교회입니다

나를 죽여 너를 살린다는 십자가
그 사랑의 신비주의가  
바로 기독교 신앙의 심장입니다

사순절, 성찰의 시간입니다
시대와 더불어 교회, 예배도 성찰할 때입니다 
그 성찰에 교회의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누가’ 교회를 다시 세울 수 있나요
진정으로 살아 있는 진실한 사람
자신의 전부를 바쳐 시대를 살리는 사람
작은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이들
묵묵히 자신이 되어 길을 가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0326,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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