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의 비밀
상태바
노루귀의 비밀
  • 박성율
  • 승인 2020.03.20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모포비아들이여 노루귀를 규탄하라?

2시간을 떨면서 기다렸다. 바람이 앞산을 낙옆을 이끌고 계곡 오솔길을 세차게 내려오는 중이다. 까마귀가 바람을 피해 은사사나무 사이에서 피신중이다. 해가 뜬지 오래, 모퉁이를 돌고 나니 노루귀 꽃봉오리가 열렸다. 일주일 전만 해도 꽃눈은 은빛 솜털에 싸인 가느다란 발톱 같았다. 공기가 따듯해 지면서 발톱이 통통해 지더니 3일전에는 물음표처럼 꼭 닫힌 꽃봉오리가 매달려 있었다. 꽃은 다소곳하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얼굴을 보여준다. 꽃받침 조각이 파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노루귀는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게 많다.

사진은 홍천 산에서 3시간 기다려 찍은 꽃
사진은 홍천 산에서 3시간 기다려 찍은 꽃

노루귀 꽃은 꽃잎이 없다. 진짜 꽃이지만 꽃잎이 없는 꽃이다. 보이는 꽃잎 모양은 사실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다. 꽃받침 조각이 꽃잎의 모양과 역할을 하면서 밤에 꽃을 보호하고, 낮에 벌과 나비를 유인한다. 꽃봉오리가 열리는 동작은 하도 느려서 계속 처다봐야만 알아차릴 수 있다. 한가운데 노란색과 흰색으로 차린 꽃밥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느긋함과 화려함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꽃잎이 없어도 화려한 꽃이 노루귀다.

노루귀의 학명은 '헤파티카'(Hepatica-간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헤피티코스에서 유래)다. 꽃받침 모양이 간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학명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를 노루귀를 닮았다 해서 '노루귀'라고 붙인것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식물의 모양에서 약효를 유추하고, 그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1600년경 독일의 구두장이 야코브 뵈메가 신과 창조의 관계에 대한 놀라운 환상을 보았다며, 이 식물모양과 약효를 신학적 체계로 정리했다. 지금은 무지렁이의 무식한 착각이라는것이 드러났지만 그는 신의계시라 믿었다. 그러나 뵈메가 쓴 신학논문을 학계는 사이비 치료법이라고 욕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당시 최신 의학이었던 점성술 의학은 이를 활용하고 같이 거짓을 진실이라고 포장하는 치료행위를 했다. 세상은 참 어리석고 웃기다.

사진은 홍천 산에서 3시간 기다려 찍은 꽃
사진은 홍천 산에서 3시간 기다려 찍은 꽃

초봄에 노루귀는 벌을 기다리지만 이곳 홍천의 경우는 아직 벌이 날기에는 춥다. 당당하게 햇빛을 맞이하지만 벌은 오지 않는다. 나비도 한참 뒤에나 나온다. 노루귀의 수정은 어떻게 할까?

대부분의 꽃들은 자가 수정과 근친 교배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꽃가루와 가까운 친척의 꽃가루를 외면한다. 하지만 노루귀에 벌이 찾아오지 않으면 노루귀는 자가 수정을 한다. 궂은 날씨로 인해 곤충이 아예 찾아오지 못할때 노루귀는 아예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수정한다. 벌이 없어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번식을 하고, 암술대 밑에 두개의 정자 세포를 만든다.이 추운 세상에서 그들의 사랑법은 아름답기만 하다.

예수가 마치 섹스 이야기만 한것처럼 동성애를 반대하고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보수기독교가 노루귀를 보면서 무어라 말할까? 자가수정의 불순한 사랑을 보고 신이 저주한 부도덕한 꽃이라 규탄할까? 그래 너희들의 논리라면 규탄해야 한다. 어리석은 예수쟁이들이여. 노루귀가 들려주는 신의 음성이 들리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