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품고 있는 자연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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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품고 있는 자연의 신비
  • 박성율
  • 승인 2020.03.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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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은 먹으면서 나무를 존중하지 않는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

나무는 무동력으로 물을 끌어 올린다. 나무의 물 공급 체계는 정말 놀랍다. 햇빛이 나무에 닿으면 나무 안에서는 햇빛이 세포 표면에서 물을 증산시켜 기공으로 빼낸다. 축축한 세포벽에서 수증기가 빠져 나오면 남은 물의 표면장력이 커진다. 표면 장력이 커지면 이 장력이 줄기의 물관 세포를 따라 뿌리까지 전달된다. 증산하는 물 분자의 힘은 사소하지만 분자 수백만개의 힘이 결합하면 굵은 물 밧줄을 땅속에서 끌어올릴 만큼 쎄진다. 투명하게 보는 장치가 있다면 당신이 보고 있는 나무속에서는 땅속으로부터 올라오는 물 기둥이 보일 것이다 (보는눈이 있는 자만 볼 수 있다)

줄기를 통해 물을 끌어 올리는 데 쓰는 에너지는 태양열 에너지 뿐이다. 나무 자체의 에너지는 전혀 쓰지 않는다니 놀랍지 않는가? 뿌리에서 수관까지 물 수천리터를 끌어올리는 기계장치를 사람이 설계한다면? 펌프와 전기에너지, 디젤에너지로 봄이면 난리가 날것이다. 나무는 그런 인간의 노력을 비웃을 것이다. 진화의 경제는 엄격하고 검소하기에 그런 낭비를 하지 않는다. 나무 속의 물은 고요하게 술술 흐른다. 낮은 곳에서 높은곳으로 흐르는 물은 오직 나무에게서만 볼 수 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다. 대추나무를 보면 봄이 되어도 잎을 내지 않고 5월 중순이나 돼야 잎을 내는데 그건 다 이유가 있다. 나무가 물을 운반하는데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공기방울이다. 물이 흐르다가 물관에 공기방울이 차면 막히게 된다. 일종의 색전증인것이다. 그래서 대추나무 같은 경우는 색전증으로 물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봄이면 작년에 쓰던 물관을 버리고 새로 물관을 만든다. 물관을 새로 만들어서 남들이 한창 잎을 내고 꽃을 피울때 잠잠하다 5월 어느날부터 갑자기 잎이 피고 꽃이피면서 스포츠카처럼 왕성한 질주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로쇠나무는 이 색전증에 맞서는 생리적 수단이 따로 있다. 고로쇠 나무의 당밀 수액은 이른 봄에 줄기 위로 비집고 올라가 물관안에 공기를 내보내고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물관을 작년 모습대로 돌려 놓는다. 고로쇠 나무는 낡은 물관을 재활용 하지만 대추나무는 올해 새로 만드는 물관에만 의존해야 하는 처지다.

왜 봄에 고로쇠 수액이 많이 나올까? 고로쇠 수액은 가지가 밤에 얼어 붙었다가 낮에 녹으면 한층 더 힘차게 흐른다. 밤에 영하 3~4도까지 내려가고 낮에 영상 10도~15가 되면 가장 왕성하게 흐른다. 어떤해에는 수액이 많이 흐르고 어떤 해에는 전혀 흐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밤 서리와 낮 햇볕을 오락가락하며 기온이 널뛰기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수액이 왕성하게 흐른다. 그러다가 날씨가 일정하게 미지근 하면 흐름이 정체된다. 고로쇠 나무에게 얼음과 추위는 시련이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의 삶을 수천년 이상 살아왔다.

기후위기를 실감할 만큼 고로쇠 수액 수확량이 줄었다는 동네 아저씨를 붙들고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다가 싸웠다. 나무 밑에 구멍을 내고 수액을 도둑질 하는게 왜 가능한지를 물었다. 고로쇠 수액은 약이 된다는 밀이 고대 의서에 없다. 그 영양분이 좋다고 선전하는 것은 인간의 상술일 뿐이다. 수액을 너무 많이 먹으면 당뇨병 환자에겐 독이 된다. 인간이 똑똑한 줄 알고 나대지만 고로쇠 나무에 비교하면 정말 하찮은 포유류에 지나지 않는다. 이젠 고로쇠 수액 그만 팔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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