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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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서평]
  • 새마갈노
  • 승인 2020.03.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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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때 병실이 8층이었어요. 하루는 저도 너무 지치고, 아이도 지치고... 애랑 매일같이 싸움해야 하니까... 그래서 저도 너무 힘들어서... 너랑 나랑 죽자 그냥. 이렇게 힘든 시간들을 견디느니 지금 여기서 너랑 나랑 죽자. 그러고는 창문을 열었어요. 제가 뛰어내리자고 그랬더니.... 잘못했어. 엄마 그러지 마 라고 하는데 그 아픈 애를 막 때렸어요. 너만 힘든 게 아니고 엄마도 힘들어. 근데 지금 안 하면 어떡할 건데! 네가 치료실도 안 가겠다고 했는데, 네가 그러면 엄마도 더 이상 안 하고 싶으니까 그냥 뛰어내리자 이러면서 애를 잡아 끌며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그랬어요. 그때...”

“3월 말쯤엔가 사고 뒤 처음으로 제 사진을 찍어서 봤어요. 이게 참... 이 모습으로 내가 살아야 하나... 앞으로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는데, 이 모습으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아내가 그 때부터는 단 한 시간도 제 옆을 비우지 않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제 곁에만 있어줬어요.”

“나중에 들은 건데, 치료비가 바닥나고 제 몸은 점점 더 심하게 변형되니까 두 분이 언론사를 비롯해서 도움을 줄 만한 곳을 정말 열심히 찾으러 다니셨대요. 하지만 길이 잘 안 열리니까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우리 셋이 같이 죽자고 하셨대요. 할아버지는 안 된다고, 우리까지 나약해지면 안 된다고 할머니를 설득하셨다는데... 그런 시간들을 겪어온 거죠.”

화상경험자들의 생존기이다.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당한 후, 온갖 역경을 뚫고 지금 다시 서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담히 술회한다. 읽다가 여러 번 멈췄다. 화상치료과정의 고통을 이긴 가족애, 인간애가 눈물겹다. 사람의 외모보다 더 빛나는 건 사람 내면에서 나오는 울림이다. 그 울림으로 사람의 영혼은 외모보다 더 빛난다. 화상경험자들은 진실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필진을 대표한 작가의 말을 되새긴다. “그들은 그 엄청난 불길을 뚫고 나와 지옥 같은 치료의 통증을 견뎌낸 위대한 생존자들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고통엔 사회의 분명한 책임이 있어요. 그들을 죽이는 건 뜨거웠던 화염 그 자체가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어떤 사람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고 차별하는 차갑고 무책임한 사회입니다.” 절대 공감한다.

이 책 읽고 반성하며 실천할 일. 앞으로 화상당한 사람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기. 따뜻한 시선으로 보기. 이왕이면 손 잡아주기. 책 제목처럼 있는 그대로 보기.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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