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그것이 무기든 발전이든, 결코 평화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핵은 기독교 신앙과도 결코 양립할 수 없습니다. 핵은, 일본의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의 말처럼, 절대로 지구 위에서 태워서는 안 되는 ‘하늘의 불’입니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핵이 별을 빛나게 합니다.

핵은 이처럼 ‘우주의 불’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생명이 살지 못합니다. 생명에게 핵이라는 불은 치명적인 재앙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우주의 부스러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생성될 때 많은 방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불’이 다 꺼지지 않아 죽음의 재로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때에는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없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방사능이 차츰 식은 후에야 비로소 생명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지구를 식히시며 생명의 역사를 준비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명이 살 수 있게 된 지구 위에서 다시 인공적으로 방사능의 불을 일으킨 것이 바로 핵발전인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프로메테우스처럼 하늘의 불을 훔친 것입니다.
핵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핵 문제는 인간의 문제입니다. 핵 위기는 인간의 위기입니다. 21세기를 사는 크리스천들이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인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한 피조물로서 다른 피조물과의 더불어 살기를 거부하고 지구 위에 그리고 생명의 그물망 밖에 군림하려 드는 ‘전능하신’ 인간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는 지구가 마치 자기 것인 양 제멋대로 사용한 인류 문명에 대해 근원적인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이 벌이는 탈핵운동은 단순한 사회운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와 인간 문명 전체를 통찰하고 회개하는 영적 각성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