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단기간에 우리의 일상을 바꿔버렸다. 한국전쟁 때도 거르지 않고 드렸다던 기독교 예배조차 스톱시킨 위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모임과 집회, 회식 등이 격감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고로 우환이 닥치면 사회취약계층이 더 고통을 당하는 법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힌 시민들은 최소한의 방비책인 마스크조차 제대로 써보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검역, 검진, 역학조사, 확진, 음성 판정 등 평소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이 일상어처럼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중 '검역'에 해당하는 영단어 '쿼런틴'(quarantine)'의 어원이 사순절과 관련 있는 라틴어 '콰란티나(quarantina)'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사순(四旬), 즉 40을 의미하는 이 라틴어가 검역과 연관된 이유는 14세기 유럽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흑사병 때문이다.
* 지금처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의학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은 병균에 오염됐을지 모르는 배를 일정 기간 바다 위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기간이 30일이었는데 이후 성서에서 상징적인 수로 사용되는 40을 적용해 40일로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인해 40을 의미하는 라틴어 ‘콰란티나(quarantina)’에서 유래한 영단어 '쿼런틴'(quarantine)'의 뜻은 '검역, 격리, 40일간'이다.
*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유대인들에게 '4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모세, 엘리야, 예수 등 성서의 영웅들에게 40일은 변화의 기간이자 하늘의 뜻을 알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히브리 백성의 광야 유랑 기간 40년도 마찬가지다. 비록 성서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활절 이전의 40일을 특별한 의미를 갖는 기간으로 정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그런 점에서 사순절은 이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넘어가기 위한 통과의례, 즉 신앙의 단계가 사순절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기를 바라며 40일 동안 영적으로 훈련하는 시기로 생각할 수 있다. 1년 365일의 10% 이상인 40일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매년 돌아오는 이 기간을 보내는 방식은 신앙의 성숙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이 사순절이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시작되어 착잡하면서도 더 큰 의미를 느끼게 된다.
* 코로나19 감염과 확진을 우려하며 우리 몸을 돌아보듯 보이지 않는 영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수 있는 우리의 영적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면 이번 코로나사태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4세기 유럽인들이 40일 동안의 검역기간을 통해 흑사병의 감염 여부를 확인했듯이 우리도 이번 사순절 기간을 통해 우리의 영혼을 검역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의 영적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 위해서는 그런 검역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최성진(목사, 순천하늘씨앗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