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실천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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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실천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어야
  • 최성진
  • 승인 2020.02.2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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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의 첫 문장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런데 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며 어떻게 될까? 논어를 영어로 번역한 대부분의 책들은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옮기고 있다. Isn't it a pleasure to study and to practice what you have learned? 이를 다시 직역하면 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하면 즐겁지 않은가?”라는 뜻이다. ‘배우고 익히니에서 익히다실천하다로 옮긴 것이 인상적이다.

글쓴이 최성진님의 가족, 덕유산 향적봉에서...
글쓴이 최성진님의 가족, 덕유산 향적봉에서...

그렇다면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히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학습(學習)도 ‘배우고 실천하다(行)’로 바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익숙한 학습 방식은 교과서를 읽고 그 내용을 암기해서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 전부겠지만, 올바른 학습이란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 명나라 왕양명이 ‘지행합일’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터이다.

지행합일은 앎과 삶의 일치, 즉 앎에는 반드시 실천()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진정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제대로 알면 행동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법인데,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이는 아직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머리로만 안다고 느낄 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머리에 어떤 지식을 자꾸 쌓아두는 것이 학습의 목표요 의미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런 암기식 학습의 효용가치는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인류의 지식 총량은 13개월마다 2배로 증가 중이며 그 주기는 계속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런 급속한 변화 속도 때문에 244년 전통의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2010년 인쇄본 발간을 중단했을 정도다.

게다가 과거에 존재했거나 현재 존재하는 것들이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은 지난 100년 동안 80%에서 5%로 감소한 반면, 미래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이 나타날 가능성은 5%에서 85%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처럼 급속히 팽창하는 지식을 머리에 쌓아두려는 노력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머리 속에 지식을 축적하기보다 아는 만큼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우리나라의 종교나 정치를 비롯한 수많은 문제들은 지()와 행()의 일치 즉 지행합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신앙적인 문제는 고백의 내용과 삶의 실천이 일치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며, 정치적인 문제는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을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다른 여러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신앙이나 신념이 삶을 통해 구현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수많은 적폐들이 쌓이고 쌓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많이 알려고 노력하기보다 아는 만큼 실천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을 얼마만큼 아느냐보다 아는 것을 어떻게 삶에 실천(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배우고 실천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다면 내 삶이 바뀌고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최성진님은 순천하늘씨앗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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