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에 복음서는 네 개다. 마가-마태-누가-요한 순으로 나왔다. 우리는 네 복음서를 통해 예수를 알고 믿는다. 네 복음서 모두 각각의 신학과 관점으로 예수를 증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복음서 따라 따로따로 예수이해를 하는 건 아니다. 즉 내가 믿는 예수상은 네 복음서의 종합판이다.

그런데 일세기 독자들은 어땠을까? 예를 들어 처음 마가복음만 나왔을 때 독자들은 마가복음밖에 모른다. 다른 복음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경을 기준으로 놓고 말할 때 그렇다. 그런데 차라리 그게 더 나을 수가 있다. 마가복음만 있으므로 오직 마가의 관점에서만 복음서를 읽을 수 있다. 다른 복음서의 영향 받지 않고, 마가가 증언하는 예수를 더 정확하고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다.
오늘 복음이 좋은 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마가는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라고 하고 마태에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마 16:16) 라고 한다. 마가의 고백과 비교하면, 마태 고백에는 선생님이 주로 바뀌고, 하나님의 아들이 첨가된다. 보다시피 훨씬 품위있다. 마태복음은 베드로의 고백을 신앙고백의 전형으로 포장했다. 마태에 나오는 베드로의 고백은 교회 전통에서 가장 모범 고백이다. 예수는 이 고백을 칭찬하고 고백의 당사자인 베드로에게 최고의 복을 준다. 내가 네 이름(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고, 천국 열쇠를 주겠다고.(베드로는 바위라는 뜻이다.) 교회세습이 큰 폐단인데 베드로는 영원히 세습할 권세를 받는다. 그래서 이 권세를 독점한 로마가톨릭은 베드로를 일대 교종으로 삼아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럼, 고백의 원형인 마가복음은 어떤가?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마가의 고백은 단촐하다. 그리스도는 히브리말 메시아의 그리스 말이다. 뜻은 기름을 부은 자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왕이나 제사장에게 기름을 부어 지위를 부여하였다. 기름을 어디에 붓나? 머리에 붓는다. 글자그대로 말하면, 그리스도는 머리에 기름을 뒤집어 쓴 자이다. 이스라엘 문화권에서 메시아에게 기름을 붓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스라엘 사람은 기름을 부었다고 하면 ‘아,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 라고 즉각 이해한다. 하지만 그리스 문화권에서 그리스도라고 하면, 좀 생뚱맞다. 왜 머리에 기름을 뒤집어쓴다는 것인가? 하고 반문하기 딱 십상이다. 그런데 베드로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선생님은 그리스도라고. 기름을 뒤집어썼다고. 베드로는 어떤 생각으로 이 말을 한 것인가? 자의식의 고백인가? 아니면 그냥 들은 풍월인가? 이런 하자가 있기 때문에 마가에서 베드로의 말을 들은 예수가 제자들에게 경고하며, 자기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곧바로 함구령을 내린 이유는, 베드로의 고백이 워낙 뜬금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어서 예수가 수난예고를 할 때, 베드로가 펄쩍 뛰며 반대하는 모습을 볼 때, 베드로가 말한 고백은 그냥 뜻 없이 한 말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마가에서는 베드로의 고백이 간단하게 지나가는데 반해, 마태는 윤색해서 엄청나게 의미부여를 한다. 베드로 고백에 대한 마가와 마태의 사례를 볼 때, 복음서를 한데 섞어서 예수를 말하는 게 다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신앙뿐만 아니라 삶의 언어는 자기말로 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삶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목요일 미제는 다시 한번 우리의 분노를 솟구치게 했다. 사드 전면(정식), 이동(확장), 추가배치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미제의 사드배치 계획에 장단을 맞추는 것이다. 처음에 한 말이 갈수록 피노키오 코가 되고 있다. 이제는 국방부가 미제에 관한 말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가 없다. 부지공여절차도,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채, 사드배치 계획을 진행하는 것도 불법인데 그 사업에 우리나라 세금을 쓰기로 서로 말을 맞췄다. 미 육군은 소성리 사드 부지 내 건설 공사에 49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편성하고, 이 비용을 한국이 제공하는 주둔비에서 사용할 계획임을 한국도 허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2018년에 미국이 소성리 사드불법기지 개발에 주둔비(미국 보유 미집행 현금) 5000만 원을 설계비용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몰래 숨기다가 우리가 밝혀내면 마지못해 시인한다. 이렇게 종속적이고 줏대 없는 자들에게 한 나라의 국방을 맡기고 있는 우리가 구차하다. 베드로가 뜻 없이 그리스도가 좋은 말 같아서 따라 하듯이, 국방부는 미제 말이면 무조건 좋아서 장단 맞추는 현실이 비통하고 한숨 나온다. 어쩌면 좋은가? 기필코 깨어있는 민중의 힘으로 사드를 물리치는 길뿐이다. 이 자리를 지켜서 사드철회 투쟁결의를 끝까지 유지하자. 정권을 믿을 수가 없으니, 하늘을 믿고 역사의 정의를 믿고 서로를 믿고 가자.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