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위험해도 허가 안 해주면 직장 못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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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위험해도 허가 안 해주면 직장 못 옮겨
  • 김달성
  • 승인 2020.02.04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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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폭파되기 훨씬 전부터 직장 옮기고 싶었던 이주노동자들

 미사일 공격을 받은 현장 같았다. 공장 건물이 폭파되고 ,철제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주변 공장 건물들도 파손되었다.이틀전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가죽공장의 보일러실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 이 산재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그런데 이 전장터같은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취업비자E9를 갖고 정식으로 입국해 일을 한 노동자 세명이 있다. 그들은 지금 각자 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 정신적 치료가 필요해 보이나 그런 조치는 전혀 없다. "몇년 전부터 그 공장을 나와 다른 회사로 가고 싶었어요" 현재 어떻게 지내느냐는 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보다 이 말을 먼저 꺼냈다. 세 노동자 가운데 하나인 비잘( 가명 30대 )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말을 곧잘 했다. .

"왜 옮기고 싶었어요?"
"일 너무 힘들고 돈 조금이에요.그리고 위험하고."
"그런데 왜 다른 회사로 못 옮겼나요?"
"사장이 사인을 안 해 줬어요. 사인은 안 해 주면서, ' 너 그러면 네 나라로 가! ' 그렇게 말 했어요."

그는 아주 중요한 말을 했다. 이주노동자는 직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말을 한 것이다. 합법적으로 취업비자를 갖고 들어와 일하는 이주노동자이지만 그들에게 일터 이동의 자유가 없다. 그들이 이동하려면 고용주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 그게 바로 고용허가제( 법 )이다. 이주노동자는 기본적으로 직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폭발이 일어난 공장 현장사진 (출처 : 김달성님 페이스북)
폭발이 일어난 공장 현장사진 (출처 : 김달성님 페이스북)

사실상 강제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처음에 취업할 때 직장을 일방적으로 배정받는다. 제한된 업종 안에서나마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리고 일하던 직장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자유도 없다. 고용주의 사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니 산재 다발 공장에서 나와 더 안전한 회사를 찾아갈 수 없다. 작업장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직장 이동을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 없다. 불가능하다. 그냥 거기서 강제 노동을 하다가, 폭발 사고라도 나면 죽어야 한다.

 오늘은 주일. 성경의 뿌리인 출애굽사건을 다시 생각한다. 그 사건은 노예들의 해방사건이다.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탈출사건이다. 그건 다름 아니라 자유를 얻기 위한 탈출이었다. 그 자유는 거저 생기는 게 아니다. 지난한 싸움을 해야만 얻어지고 누릴 수 있는 거다. 그 싸움에는 나 자신과의 싸움도 있다. 노예도덕으로 길들여진 나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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