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흐르며
강물이 흐르며
최춘해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없이 먼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여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 팔지 않고 간다.

강은 한번도
제 지향점을 잃은 적이 없다
천천히 가든
빨리 제 길을 가든
바다를 지향한다
그 지향점이 확실하니
누구를 만나도 반갑다
강은 바다를 향해 가는
그 지향점을 잃는 순간이
죽음임을 알기에
한 눈 팔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사랑을 만나면
전부를 내어준다
난 무엇을 지향하는가
나를 존재하게 하는
그 지향점은 무엇인가
내 전부를 바칠 사랑은 어디 있나
아. 내 사랑이여
(0117.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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