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인기, 그 상승과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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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인기, 그 상승과 하락
  • 박철
  • 승인 2019.12.3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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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그의 인기는 대단했던 것 같다. 신통력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그가 잠시 머물러 있던 시몬의 처가는 온 고을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니까. 이렇게 시작된 인기의 절정은 빵과 물고기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추대하려 했던(요한 6:15)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폭발적인 그의 인기는 계속 지속되지 못하고 슬그머니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마침내 그는 함께 동고동락하던 제자들에게조차 버림받은 신세가 되어 외롭게 숨을 거둔다. 무슨 일일까? 그의 갑작스런 인기 상승과 끝없는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판화. 루오의 멸시받는 그리스도
판화. 루오의 멸시받는 그리스도

그는 "하느님 나라가 코앞에 왔다. 그것이 '기쁜 소식'이니 믿어라"(마가 1:15)고 외쳤다. 새로운 통치 시대를 선포한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악마의 소행이라 굳게 믿어온 갖가지 질병과 장애와 배고픔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그의 구체적인 말과 행동으로 드러났다. 싸움은 불가피했고 하느님의 힘은 월등했다. 모든 것이 기적이요 놀라움이었다. "이게 웬 일이냐? 권위 있는 새 가르침이다. 악령들도 복종한다!" 허구한 날 밀리고 짓밟히고 당하기만 하던 삼류 인생들은 그에게서 사람의 힘을 뛰어넘는 신적 능력을 발견하자 한 순간에 혹하고 만다. 힘없는 사람은 힘센 사람 곁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얍삽하다고 비난할 일 아니다. 세상이 다 그런 거니까. 이 기세로 밀고 나간다면 금세 뭐가 돼도 될 것 같다. 반상이 바뀌고 빈부가 바뀐다. 사람 팔자 시간문제다. 그의 손에서 여의봉만 놓지 않는다면....

그런데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그에게서 차츰 실망스런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자 사자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미련 없이 따돌리고 홀로 산 속으로 사라지는가 하면(요한 6:15), 기적을 보여 달라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것으로 부족해서 자존심을 건드려 원한을 산다(누가 11:29 이하). 역모죄로 기소되어 적국의 재판정에 끌려 나와 총독과 군중 앞에서 보인 패배자의 초라한 꼴이라니....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가?

그랬다. 처음부터 그의 관심사는 신적인 능력 발휘가 아니었다. 그의 신통력은 단지 하느님 나라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몰랐다. 그의 추종자들의 시선은 손가락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의 외면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한편, 오로지 법만이 그들을 지켜주는 방패로 여겼던 기득권자들에게 그가 말하는 정의와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나라는 결코 와서는 안 될 무법과 무질서의 천지였다. 자칫하면 어렵게 얻은 기득권을 송두리째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인기의 하락에 이어진 그의 몰락은 이미 예고된 것 아니었나?   

아,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회나 교회나 힘센 사람은 왜 이리 많고, 그들 앞에 줄서서 깜박 죽고 못 사는 가련한 인간 군상들은 왜 이다지도 많은지?  
(호인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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