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해
상태바
행동하는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해
  • 백창욱
  • 승인 2019.12.05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드철회 1000일, 소성리 진밭교 평화기도회(19. 12. 5)

마태 7:21 “그대로 행하는 사람”

사진은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제공
사진은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제공

진밭교 기도 천 일까지 인도하신 하늘에 감사하다. 또 천 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자리를 지켜주신 여러분께 진심 감사하다.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리는 이 자리를 지켰다. 흔들리지 않고 모여서 하나가 됐다. “원불교도 개신교도 가톨릭교들도 농민도 노동자도, 평화활동가들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에서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전국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 평화활동가들이, 통일을 염원하는 재미동포들 등 전 세계에서 찾아와 함께 기도했다.” 어제 양재성목사가 예수살기 카톡에 진밭 기도 천 일을 기념해서 올린 소감이다. 천일을 맞이하니 세월호 추모곡인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가 떠오른다. 어제 아침, 유튜브로 이 노래를 듣다가 펑펑 울었다. 세월호는 접할 때마다 아프다. 천 이라는 숫자가 주는 뜻은 보통을 뛰어넘는다. 갑자기 천 일이 된 게 아니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천 일이 된 것이다. 그 하루 하루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나. 한울안신문에 여러분이 쓴 천일소감을 보면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말이 1000일이지 따스한 사람들과 진밭을 올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삶은 달걀이나 커피나 빵을 나누면 '평화'는 한순간 목청을 길게 뽑아 둥기둥기 날뛰고, 평화의 허벅지는 얼마나 굵어졌는지 모릅니다. 기도와 함께 성가를 들으며 보리처럼 쑥쑥 자라고 있는 평화는 바로 우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고희림시인의 천일야화다. 이 글에서 보듯이, 진밭 기도 천 일은 사드철회투쟁에서 겪은 눈물, 고통, 상처, 기쁨, 우정... 오직 참 사람만이 느끼는 정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그 정서는 우리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이끌어 준다. 식민지의 비애를 벗어나 기필코 자주독립주권국가의 인민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세워준다. 

사진은 좌로부터 예수살기 백창욱 님과 강형구 님
사진은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제공, 좌로부터 예수살기 백창욱 님과 강형구 님

사드철회투쟁에서 제일 감사한 일이 있다. 원불교가 투쟁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고요히 수행만 하던 원불교를 사드철회투쟁의 최전선으로 이끌어낸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다. 요즘 걸핏하면, 문재인대통령이 내린 결정을 신의 한 수라고 치켜세우는데, 원불교야말로 사드철회투쟁 대오에서 신의 한 수다. 소성리가 원불교 성지일 줄이야. 안보마피아들도 소성리를 찍었을 때, 소성리와 원불교의 관계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같은 종교인으로서 말하자면, 한국에 있는 종교 중에 사드철회라는 중차대한 소명을 일관되게 끊이지 않고 성실하게 지켜 나갈 종교는 원불교뿐이다. 그분들의 삿되지 않은 진정성이 아니면 도저히 이 일을 할 수 없다. 천일이 되기도 전에 다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드철회가 한국의 주권문제이니만큼 한국에서 발생한 원불교의 힘으로 물리치는 게 종교와 역사의 정통성으로 봐도 백 번 마땅하다. 미제를 물리치는 데 미제종교인 기독교가 물리칠 리는 없지 않은가. 좋으나 괴로우나 원불교가 감당하는 게 마땅하기에 이 소명이 주어졌다고 믿는다.  

오늘 복음말씀을 접할 때마다 머쓱하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습관적이든, 마음이 답답해서든, 간절한 소원을 짧은 외마디로 표현하든, 수시로 주여, 주여 하기 때문이다. 오늘 말씀을 문자대로 들이대면, 나는 하늘 나라 면전에서 팽 당할지도 모른다. ‘주여, 주여’의 문제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드철회투쟁 상황에서 말하자면, 몸을 담갔느냐 여부다. 생명평화정의를 향한 현장에 몸을 담그지 않은 채 주여, 주여 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하찮은가. 무익한가. 그래서 오늘 복음말씀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하늘나라에 들어간다”라고 했다. 몸을 담가야 한다. 

사진은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2019.12.4 진밭 평화기도
사진은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2019.12.4 진밭 평화기도 "1000일의 적공" 사진모음

어제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제주 강정에서 평화활동을 하는 송강호님이 보낸 소식이다. 개척자라는 단체에 있는데 여름에 양평에 있는 사무실을 아예 강정으로 옮겼다. 송강호님은 제주도를 군사기지없는 비무장평화의 섬으로 만든다는 꿈이 있다. 그 분이 오랫동안 준비한 평화대학 소식을 보냈다. 웹자보에 “전쟁도 군대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가를 길러낼 세계 평화대학 강정캠퍼스에서 신입생을 모집합니다.”라고 했다. 사드철회기독교현장기도소에 소식을 올리면서, “평화운동가들을 길러서 성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청년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했다. 교육내용을 보니, 국내분쟁지역에 한 달 간 머무는 과정도 있다. 머지않아 이들이 이곳 소성리에도 올 것이다. 진밭 기도 천일되는 날에 평화대학 발족소식을 보낸 것은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알고 각자 처한 곳에서 더욱 가열차게 평화를 구하자는 뜻이다. 안보마피아들은 해군기지를 다 지어놓고, 사드를 강제로 박아놓고 이제 끝났다고 거만을 떨지 모르겠지만, 안보마피아들이 저지른 국가폭력은 우리의 잠자는 양심을 일깨웠다. 우리가 여전히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해주었다. 그래서 온 삶을 다 바쳐서 안보를 구실로 저지른 불의와 모순을 격파하는 목표를 세우게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말했다. 방점은 행동이다.

하늘 아버지도 행하는 사람이라야 하늘나라에 들어간다고 했다. 행하자. 천일을 넘어 얼마를 더 갈지 모르지만, 하늘의 뜻, 곧 자주평화주권독립의 나라를 세우는 날까지 행동으로 우리의 뜻을 보이자.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평화를 세우자.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 아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