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을 빠져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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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을 빠져 나가라
  • 백창욱
  • 승인 2019.11.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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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진밭교 평화기도회(19. 11. 28)

누가 21:20-24 “그곳을 빠져 나가라”

누가복음은 80년대 후반 작품이다. 그리고 오늘 복음 내용인 예루살렘 멸망은 70년 사건이다. 즉 누가저자는 예루살렘성과 성전이 멸망한 후 한참 지나서 복음서를 썼다.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려면 시간이 좀 흘러야 가능하다. 한창 현안이 진행 중일 때는 사건을 헤쳐 나가기도 바쁘다.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이 일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 사건을 일으킨 작자는 누구인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깨우쳐야 하는지 등등 전모를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된다.

예를 들면, 1997년 11월에 IMF, 국가부도 위기가 발생했다. 수많은 서민대중이 재앙을 당했다. 오죽하면 IMF 세대가 생겼을까. 80년대에 전두환의 광주학살과 권력찬탈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치폭력을 당한 것처럼, 90년대는 금융마피아들이 자행한 IMF 국가부도라는 어마어마한 경제폭력을 당했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당시, 우선 당장은 그 위기를 벗어나는 게 급했다. 정부든 회사든 개인이든 다른 여가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비극이 우리를 덮쳤는지, 전모와 진실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20년이 지난 지금은 왜 그 때 우리가 그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여러 분야에서 조명하고 진실을 밝힌다. 그 때 일을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도 나오고, 영화도 나오고 있다. 다만 그 비극을 자초한 사람들의 양심고백도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가령 그 때 경제를 주무르던 재벌들, 모피아들은 어떻게 했길래 국가부도의 대재앙을 초래했는지, 소위 전문가인 금융마름들은 어떻게 해서 그런 위기를 방조했는지, 어떤 검은 돈 거래를 했는지, 당사자의 고백을 듣고 싶은데, 그런 위인들은 볼 수가 없다.

결국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도 민중의 몫이다. 항상 모든 일의 귀결은 민중이다. 당하는 것도, 헤쳐 나가는 것도,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도, 그래서 진실을 남기는 것도 결국은 민중 몫이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민중이 짊어진 역사의 무게가 이토록 중차대한 것을 알고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행여 권력과 자본가에게 기대면서, 권력이 알아서 잘 하겠지, 자본이 양심적으로 하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을 가지면 절대 안 된다. 권력과 자본은 결코 알아서 잘 하지 않는다. 내버려두면 속성상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나간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저항하고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누가저자의 복음서 서술을 가장 크게 자극한 사건은 예루살렘 멸망이다. 복음서에는 예루살렘 멸망이라는 대재앙의 사건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풀고자 하는 목적의식도 함께 담았다. 복음저자로서는 민중의 시각에서 예루살렘 멸망을 풀어야 그 연속선에서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증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예루살렘 멸망은 하나님의 징벌이다. “그 때가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질 징벌의 날들이기 때문이다.”(22절) 그 날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 날에는, 아이 밴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은 화가 있다.”(23절) 사람의 본성 중 가장 귀한 본성이 어미의 본성이지만, 그 어미들조차도 모성애를 귀찮게 여길 정도로 인간의 기본품성까지도 남김없이 무너지는 참혹한 상황이 덮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하고, 그 도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고, 산골에 있는 사람들은 그 성 안으로 들어가지 말아라.”(21절) 한마디로 도시탈출을 말한다. 어째서 도시탈출을 말하나? 예루살렘이 어떤 도시길래?

예루살렘은 다윗 때부터 내려온 도시 중의 도시다. 이스라엘의 중심이다. 온갖 권력자, 기득권, 주류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나쁘게 말하면 마피아 소굴이다. 마피아들이 모여서 무슨 일을 할까? 오직 민중을 벗겨 먹는 궁리만 한다. 민중의 고혈을 짜서 더 욕심을 채우고, 자기들의 부와 사치와 미래까지 담보하려고 한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거룩한 성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실제는 독점과 탐욕, 불의와 폭력을 생산, 유지, 확장하는 어둠의 도시다. 하나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시다. 하나님은 그 도시를 특정해서 작심하고 심판한다. 결국은 마피아들을 포함하여 모두 망한다. 그러므로 살려고 하는 사람은 예루살렘을 탈출해야 한다. 도시를 탈출함으로 예루살렘을 통한 욕망의 기회가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하는 게 낫다. 예루살렘과 단절하는 길만이 마피아들이 벌이는 온갖 거짓과 음모에 휩싸이지 않고 징벌을 면하고 사는 길이다.

안보마름들은 미제로부터 끊임없이 무기를 사들이는 것으로 이 나라 안보를 메꾸려 한다. 그럼, 안보마름들 방식을 따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최첨단 미제무기를 계속 사들이면, 정말 이 나라 안보는 반석 위에 서는가? 유감스럽게도 그 반대다. 미제무기를 사들이면 사들일수록 이 나라 국방은 더더욱 미제에 예속된다. 미제무기를 운용하자면, 천상 생산공급자인 미제의 조종을 계속 받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자주국방을 하려면 미제무기 거래를 끊어야 한다. 무조건 예루살렘을 탈출해야 살 수 있듯이, 미제와 거래를 단절해야 진짜 우리 힘으로 설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이 생긴다. 망하기 전에 알아듣는 현명함이 있기를.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앞길에 희망을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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