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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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 있다
  • 백창욱
  • 승인 2019.11.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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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진밭교 평화기도회(19. 11. 14)

“너희 가운데 있다” 누가 17:20-21
 

 어제 소성리 수요 집회는 조현철군 1주기를 추모했다. 11월 13일, 현철이 기일이 전태일 열사와 같은 날이다. 민중 전태일이 노동해방을 위해 자기 몸을 바쳐서 모든 노동자들의 푯대가 된 것처럼, 역시 민중 조현철은 소성리 지킴이로 사드철회투쟁에 매진하다가 이 땅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자기 몸을 바쳤다. 민중의 바람은 우연 같아 보이는 필연으로 현실이 되고 진보를 이룬다.

소성리 수요집회
소성리 수요집회

 다른 예를 들자면, 10월 26일은 안중근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고 김재규가 박정희를 시해한 날이다. 세월을 뛰어넘는 이 기막힌 우연을 통하여 정의는 죽지 않았으며, 민중은 다시 희망을 찾는다는 역사의 교훈을 얻는다. 또 10월 19일은 여순항쟁과 부마항쟁이 일어난 날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사건이 같은 날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다. 반드시 기억하여 좌우대결과 독재 없는 평등평화세상을 향해 민족과 민중의 앞길을 열어가라는 교훈이다.

 어제 추모식에서 현철이 아버님은 뜻 깊은 말씀을 했다. 일 년 전 아들의 빈소를 찾아와 애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천국이 이런 것임을 느꼈다고 했다. 그 날 추모식 인사말에서 현철이 아버님은 “내가 지금 천국에 있는지, 극락에 있는지, 공중에 붕붕 뜬 기분”이라고 했다. 그 소회는 추모객들이 하나같이 현철이를 진짜 슬퍼하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철이 부모님은 빈소에서 자신들 생활 현장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현철이를 통해 생전 처음 전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소성리와 김천 주민들, 연대자들처럼, 오직 사드철회투쟁을 통해 이 땅에 무기 대결과 전쟁 없는 평화, 미제로부터 자주와 독립을 실현하겠다는 사람들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아들이 세상을 떠난 참담한 자리에서 천국, 극락을 말할 정도로 그분의 감회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복음말씀 쟁점은 하나님나라이다. 그런데 논쟁의 당사자인 바리새와 예수의 초점이 다르다. 바리새는 하나님나라가 언제 오겠느냐고 물었다. 예수는 바리새의 질문에 대해 ‘언제’로 답하지 않고, ‘무엇’으로 답했다. 자세히 살펴보자. 바리새는 왜 물었을까? 몰라서 물었을까? 아니다. 선수가 선수에게 물은 것이다. 바리새 질문의 함의는 따로 있다. ‘예수 당신, 하나님나라 운동한다면서 설레발치는데, 그래, 당신이 말하는 하나님나라가 실재하기는 하는 거요? 우리가 목 빠지게 기다리는 메시아 나라와 같은 거요? 그렇다면 당신이 말하는 하나님나라는 언제 온다는 거요?’ 하는 힐난성 질문이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고 예수를 깍아 내리려고 위장어법을 쓰는 것이다. 예수가 바리새의 속셈을 모를까. 이런 면에서 예수도 산전수전을 많이 겪은 바,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에 대해서 달통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는 적대자들의 공격성 질문에 절대 순순히 답하지 않는다. 공격이 오면 반드시 다른 쟁점으로 돌리거나 역공하거나 우회한다. 아니면 침묵한다. 예수의 전술은 소수가 주류의 공세에 대응하는 생존술이자, 필살기이다. 바리새가 하나님나라 도래시기를 물었으므로 예수가 일차원적으로 응대한다면 언제라고 답해야 한다. 그런데 예수는 ‘언제’ 대신에 하나님나라를 바리새의 문제로 돌렸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풀면 이렇다. “너희가 하나님나라가 언제 오냐고 묻는데, 그럼, 너희는 하나님나라가 오면 그 나라를 알아볼 수는 있니? 그 실체를 모르므로 ‘여기 있다, 저기 있다’는 말도 맞지 않다. 무엇보다 하나님나라는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 가운데 있는데, 너희처럼 위선적이고 이기적이고 음흉한 집단이 하나님나라를 살 수 있겠니?” 라는 말이다.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고 너희 자신을 잘 살피라는, 바리새의 허를 찌르는 역공이다. 하나님나라는 정보전달이나 호기심을 위해 있지 않다. 진정 그 나라가 절실한 사람은 그 나라에 걸맞는 품성과 태도로 대면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세뇌된 안보노예들은 미군이 이 땅을 떠나면 나라가 절단나는 줄 안다. 철군은커녕 감축만 해도 큰 일 나는 줄 알고 벌벌 떤다. 한 번도 사람다운 세상을 상상해보지도, 살아보지도 못한 까닭이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면 뭐 하나. 외국군대가 한 나라의 수도에 주둔(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현실이 더 쪽팔리다. 요즘 미제마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여러 가지 청구서를 내밀며 한국을 압박한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본색을 드러낸다. 그렇게 해도 저 나라는 우리에게 찍소리도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막 나간다. 실로 오호통재다. 언제까지 이 치욕을 견뎌야 하나! 진정 하나님나라를 살자. 평등평화자주독립주권의 세상을 살자. 예수가 이미 그 나라를 살았고 선사했다. 진실한 마음으로 받으면 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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