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수 대목과 행복한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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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수 대목과 행복한 집짓기
  • 류기석
  • 승인 2011.03.0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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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흙 살아숨쉬는 재료로 '전통' 숨결 불어넣다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누리며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집이란 개념은 그저 ‘강남에 사느냐 강북에 사느냐’하는 사는 동네와 ‘집값이 얼마냐’하는 부의 축적 따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더군다나 서구적 건축이론과 방법만이 판을치는 한국건축의 병리현실 속에서 먹고 자고 쉬는 공간으로서의 문화향유 총체로서 진지한 되짚음은 거의 없었다.

▲ 인천강화에 지은 전통한옥, 박충수님 제공

 

▲ 인천강화에 지은 전통한옥 내부, 박충수님 제공

나무·흙 살아숨쉬는 재료로 '전통' 숨결 불어넣은 집이란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생활에서 필요조건인 동시에 문화생활의 근간인 공간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집이란 앞서 말했듯이 욕망의 투기장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계속되는 층간소음 시비로 이웃간에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빈번해짐은 물론 공동체 문화자체가 파괴됨을 실감한다.

이에 우리들의 살림집은 ‘인간적인 집, 자연의 되살림’을 전제로 한 집이어야 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자원을 최대한 원래의 모습대로 사용하면 할수록 자연과 가까워서 우리 인체에도 해가 없다. 벌써 일본의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난폭한 폭력성을 유발하는 콘크리트 대신 자연소재에 가까운 친환경소재로 교실을 짓는다고 한다. 우리도 하루 속히 생명을 돋우고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시켜주는 천연재료의 집짓기가 아쉽다.

이 때 옛 방식으로 집짓는 원리원칙가가 있어 소개한다. 나무·흙 살아숨쉬는 재료로 전통 집짓기를 오늘에 되살리고 있는 이가 바로 박충수(51) 대목이다.

▲ 2008. 경남산청 박충수님 댁 방문, 전통 집짓기 이야기 중
그의 전통집짓기의 핵심은 생땅이 나올 때까지 땅 파고, 집터도 바닥에서 1미터 이상 높이는 것인데 그래야 집이 수백 년을 간단다. 뼈대도 전통 짜맞추기 방식으로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 만드는데 뼈대는 그 자체로 지붕을 떠받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집짓기 방법과 정신이야말로 가장 환경친화적이며 생태적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건강과 마음의 평온함을 고려한 건축방식이기에 그것을 지금 이 시대에 맞게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박충수 대목을 몇 번 취재한 한겨레 권복기 기자는 옛 방식으로 집짓는 그를 ‘우리 전통의 정수와 원리를 간직한 현대적인 집짓기’ 실천가라고 극찬했다. 그래서 그가 짓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까지 고백한다.

필자가 경남 산청군에 살고 있는 박충수 대목을 처음만난 것은 2008년 전후다. 산청군청에 들러 약초재배단지와 산청한의학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한 후 지리산 속에 안긴 그의 집을 찾았다. 마을에서도 제일 위쪽으로 산기슭에 위치한 숲 속에 손 수 집을 짓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재미를 더한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마당에서 잠시 고개를 들면 지리산 천왕봉이 눈앞에 우뚝 서 있고, 자연생태계의 질서와 그 속의 자연경관까지 고려해 집을 지은 것이 역력했다. 기대를 많이 하고 방문한 그의 집은 별반 기교가 없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리에 충실한 집이기 때문에 잘 음미해 보아야 한다. 절묘한 쓰임새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 2008. 경남산청 박충수님 댁 방문, 회원들과 함께

무엇보다도 집 옆 계곡이 보배, 지리산의 맑은 물과 푸른 숲을 이고 살면서 먹거리의 자급자족을 위해 감나무 17그루를 키우지만 그들 부부는 욕심을 내지 않는단다. 더우기 나무위에 까치밥을 남겨두어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와 함께 살아가는 공생공존의 마음까지도 지녔다. 그가 만약 집짓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곶감 만들어 파는 일에 전념,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박충수 대목은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끊임없이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면 현대의 살림집을 우리의 전통에 맞게 숨결을 되살리는 것이다. 옛 것을 그대로 고집하기보다는 미학적으로나 견고함이나 에너지효율 면에서 현대의 주거환경에 맞는 실용적인 집을 짓고자 한다.

사실 전통한옥은 우리주변에 널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남양주 진접읍에 있는 우리 집 주변만 해도 여경구 고택을 비롯하여 봉선사와 봉영사 사찰건물들과 각종 재실, 전통음식점으로 사용되는 한옥들이 있지만 살림집으로 생각하여 짓거나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 경남산청에 지은 현대 살림집, 박충수님 제공

사실 전통한옥은 외풍이 세고 화장실, 부엌 등 생활공간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박충수 대목은 전통방식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다. 즉,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현대생활에 맞는 편리성과 실용성을 갖추고자 했다.

필자가 지난 2009년도 박충수 대목이 한참 전통한옥을 짓고 있는 강화도 현장을 찾았을 때, 그의 소박한 품성과는 다른 위용 있고 장대함이 담겨 있는 전통한옥 집짓기의 면모에 놀랐다. 나름의 전통 집짓기에 관한 지혜와 슬기를 최대한 살려서 구현해 내고, 햇빛과 바람 그리고 사계절 변화에 그대로 적응해 살아 꿈틀거리는 집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륙에서 8600년 반도에서 600년 가까이를 살아온 우리네의 집에 관한 역사는 요즘 문화재의 한 범주로 취급할 뿐 현재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골동품쯤으로 취급하기에 문제다. 게다가 현대적인 건축물에 비해 불편한 점이 많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해 거의 외면당했던 것이 현실이다.

▲ 인천강화에 지은 전통한옥, 박충수님 제공

하지만 현대의 살림집뿐만 아니라 건축은 안정성과 시공의 편이성, 모던한 디자이 등을 높이는 반면 모든 재료는 가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의 원초적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고 본다.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로 인한 도시집중화와는 생태성과 공동체성을 파괴함은 물론 자원의 고갈과 환경훼손에까지 영향을 끼쳐 인간의 삶의 질에 역효과를 불러왔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집짓기는 자연에 대한 순응의 개념으로 사람을 인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집이 아니라 현재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해답을 제시해 주는 집이어야 한다. 이러한 집짓기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가 바로 박충수 대목이다. 그는 선조들의 집짓기에 관한 원리와 방법을 현대적인 집짓기에 도입하려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할아버지가 바로 지리산 근방에서 알아주는 도목수였다는 사실이다.

박충수 대목의 집짓기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단열을 위해 창에 한지 바르고 지붕에 60Cm 두께로 황토 올리는 작업과 구들방을 하나씩 만드는 작업이다. 그는 구들을 오랜 시간 연구하여 일단 통나무 3개만을 집어넣으면 30분 안에 따뜻해지고 24시간 온기가 지속된단다. 구들도 아랫목은 조금 뜨겁게 윗목은 미지근하게 되도록 해야만 방 안에 온도차가 생겨 대류(對流)가 순환되기 때문이다.

▲ 인천강화에 지은 전통한옥 외부, 박충수님 제공

특별히 벽체, 마감재, 단열재는 다양한 천연재료로 벽돌을 찍어 봤지만 짚이 최고였단다. 오랜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황토는 물로 반죽해 적당한 시간동안 숙성시켜야함을 알게 됐고, 그렇지 않을 경우 수분을 머금고 내뱉는 작용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매번 다른 집을 짓는다. 같은 집을 지어본 적이 없단다. 집터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햇볕은 물론 아침저녁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는 것까지 고려해 집을 짓기 때문에 그는 설계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는 재주가 있으면서 생각이 바른 사람들을 찾아 자신이 10여년 동안 연구한 전통한옥 집짓기 기술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이유는 전통 집짓기 기술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욱이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마을을 적극 돕고 싶어 한다.

그러기에 건축뿐 아니라 마을의 원리에서 소재까지 이곳에 사는 사람과 가장 잘 호흡하고, 응용할 수 있는 박충수 대목을 “가평 생태순환마을 집짓기” 초청강사로 모시고자 한 것이다. 전통의 높은 이상을 최대한 낮추어 구현해 낼 우리들의 첫 번째 집짓기는 우선 10평 이내의 귀틀집이다. 이번 집짓기 강좌 내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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