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풀라
상태바
땅에서 풀라
  • 백창욱
  • 승인 2019.08.29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희님 위한 예수살기 기도회 설교문 (19. 8. 26)

김용희님을 위한 예수살기 기도회(19. 8. 26)
마태 18:18-20 “땅에서 풀라”


김용희님이 관제탑에 올라간 지, 오늘이 78일이다. 6월 10일 더위가 시작할 때 올라가서 한 여름을 다 견디고 처서를 맞이했다. 7월 하순에는 55일이 넘는 단식과 의료지원 중단으로 생사의 경계에 서기도 했다. 다행히 본인이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이다 했는데, 오늘부터 이재용 재판 선고일인 29일까지 시한부 재단식투쟁에 돌입해서 우리 모두 애가 탄다.

 

 


2015년 3월, 교인들과 함께 대만여행을 했다. 그 때 택시 한 대를 대절해서 이동했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가 삼성을 떠받드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삼성폰이 최고라면서. 안되겠다 싶어서 진실을 이야기했다. 삼성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을병이 걸려도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아주 나쁜 기업이라고 했다. 택시기사는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지 표정이 난해했다. 한국 대중들도 삼성에 대해 막연한 환상에 젖어 있는데 대만사람까지 교화시킬 에너지는 없고, 또 목적지에 다 와서 그런 줄 알라고만 했다.

한겨레신문이 6월에 삼성전자의 아시아공장인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노동자 실태를 취재, 보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여지없이 샌다는 격언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해 왔던 노동자착취를 그곳에서 똑같이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범죄수법이 통하지 않으니까 만만한 아시아 현장으로 범죄무대를 옮겼다. 삼성이 누리고 있는 전 지구적인 ‘돈의 권능’은 아시아 청년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 영혼이 뭉쳐진 값이다. 이렇게 노동자를 혹사하면서 자본가만 이익을 독점하는 실태인지라, 한겨레신문 취재 제목은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이다. 삼성이 계속 이렇게 후진적으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봉쇄하면서 벌거벗겨 먹기만 하면, 머지않아 지구 어디에서도 삼성전자는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이다. 삼성폰 좋다고, 삼성이 망하면 나라도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삼성의 거짓신화에서 깨어나는 게 급선무이다. 기독교 신자가 삼성 거짓신화를 확고하게 믿은 체, 구원받았다고 하는 건 구원에 대한 모독이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거듭해서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땅에서”이다. 땅에서 하는 행위가 하늘 일까지 결정한다.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인다.” “너희가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린다.” “땅에서 두 사람이 구하면, 하늘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신다.” 기독신자는 막힐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땅에서 결판을 보라고 말씀한다. 어떤 결판을 보라는 말인가? 땅에서 매라고 한다. 무엇을 매라는 말인가? 자본과 권력이 인간의 탐욕을 물신과 폭력으로 밀어붙이는 현실에 제동 걸고 저항하라는 말이다. 땅에서 매는 그 저항을 하늘에서도 그대로 용인한다는 뜻이다. 푸는 것은 무엇인가? 자본이 돈과 폭력과 이데올로기로 악행을 은폐해서 매인 것을 풀려고 하지만, 그 일도 역시 땅에서 맨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본권력 편은 다수고 자본의 악행을 매고 푸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말씀에 나오듯이 두세 사람이다. 성서말씀을 문자적으로 읽는 것을 매우 조심하지만, 두세 사람은 현실을 그대로 말한다. 하지만 가장 작은 약자들이 세상을 좌우한다. 예수도 자본과 권력에 빌붙은 무수한 다수 대신에 정의를 구하는 두세 사람 속에 있다.

다행히도 김용희님 앞에는 선각자가 계시다.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님이다. 딸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서 죽었을 때, 삼성의 인면수심, 안면몰수 때문에 죽음의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배상도 위로도 못 받았지만, 황상기님은 오랜 세월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그리고 양심적인 민주시민들이 연대해서 마침내 골리앗을 무너뜨렸다. 딸의 죽음이 산업재해임을 밝혔다. 삼성전자 사장은 국민 앞에 허리 숙여 사과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또 김용희님을 저렇게 방치하고 있다. 삼성의 사과는 속임수란 말인가.

김용희님은 극히 소수다. 두세 사람 편에 있다. 그러나 거대자본 삼성은 김용희님이 매고 푸는 일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지금 자기들 현실 힘이 쎄다고 묵살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삼성은 구원받을 수 없다. 하루빨리 회개하고 김용희님께 사과하고 용서받으라. 정년이 돼서 복직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결단하면 된다. 재벌오너가 누려온 온갖 특혜 중 백 분의 일만이라도 한 맺힌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라. 삼성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 김용희님을 복직시키므로 서로의 명예를 찾아야 한다. 상생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삼성 환상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그들이 삼성의 실체를 알게 되면 그동안 속았다는 배신감에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는가. 시간이 많지 않다. 삼성은 더 늦기 전에 결행하라. 땅에서 매이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어야 하늘에서도 풀린다. 그 때야 비로소 삼성도 자유하다. 이 사실을 잊지 말라. 아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