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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꽃 다름 인정하는 상사화 처럼
생태와 공동체 그리고 영적인 갈망에 응답하는 교회돼야
2019년 08월 12일 (월) 17:23:33 류기석 yoogiseo@yonsei.ac.kr

올봄, 세계 104개국 정부 대표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제7차 유엔 생물 다양성 과학 기구(IPBES) 총회를 열고 '지구에 사는 생물종 가운데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한국의 전체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이 매년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등 생태계 파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경고를 내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수년간에 걸쳐 생태계 위기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완화하려면 기술과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우리가 이제껏 누려온 풍요로운 물질과 안락한 소비, 많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자기 만족감을 벗어버리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생활 태도를 실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김은혜님의 저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윤리 문화'에서는 '우리들의 반복되는 삶 속에서 반성과 성찰이 생각에 그치고 머리가 아닌 몸의 실천 없는 현실이 근원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고 했습니다.

   
▲ 에덴낙원, 스페이스 에덴(Space Eden) 아침정원을 바라보며...

아울러 생태 위기의 근원에는 공유에 대한 개념과 생각의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는데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공유에 대한 생각이 약화되어 근대의 개인이 등장한 이후, 모든 것은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있다고 간주하고, 공유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나 생각이 낮아져 사유재산이 될 수 없는 흙과 물 그리고 공기 같은 공유재산 및 공유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현실이 벌어진다고 한 길 위의 신학자 박일준님의 글에도 동감합니다. 즉, 공동체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만 따라 행동할 경우, 결국 공동체 전체가 파국을 맞는다는 원리를 보여주는 간접 증거입니다.

2019년 올해로 사랑방교회가 35주년을 맞고 지난주 좋은 나눔과 사귐으로 감격 있는 여름공동체생활을 마쳤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사랑방교회가 사랑방공동체학교가 생활공동체가 아닌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향해 다시금 나아가야 하는지 깊이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사랑방교회, 흩어져 있던 해외선교사님들과의 대화시간

우리가 복음을 증거 할 때는 내가 진리를 전한다는 확신과 소명으로 해야 하지만, 공동체에서는 나와 다른 의견, 다른 논리, 다른 해석을 고려해야 하고, 내 관점만이 진리에 설 수는 없다는 단순함으로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과연 하나님 말씀에 부합하는지도 검토하면서 나의 관점과 다른 이들의 관점을 소소한 경청과 대화를 통하여 이해하고 다시금 관계를 회복시켜 나가야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공동체는 관점이 다른 개인들과의 갈등과 긴장을 벗어날 수는 없으며, 그래서 공동체는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치열한 삶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동체를 지향해 가는 사랑방교회와 인연을 맺은 20년 동안 제대로 된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보지 못하고, 투쟁도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여기서 길 위의 신학자 박일준님은 나의 관점을 절대적 진리라고 우기는 투쟁이 아니라, 내 생각과 행동을 철저히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투쟁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신학을 철저히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투쟁임을 "실패를 붙들고 나아가는 신학의 투쟁"이라는 글에서 밝혔습니다.

이것을 공동체로 적용한다면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긴장을 서로에게 비방하고 조롱하는 부정적 소재로 남용하지 않고, 갈등과 긴장을 창조적으로 전환해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쉽지는 않겠지만 다양하게 펼칠 수 있기를 바라고 용기내어 실천하고자합니다. 

   
▲ 지난 5일과 6일 사랑방교회 35주년기념 해외선교사님들과의 짧은 여행 중, 에덴낙원

   
▲ 지난 5일과 6일 사랑방교회 35주년기념 해외선교사님들과의 짧은 여행 중, 에덴낙원

현재의 한국교회는 세상 안에서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실현하기보다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신념에 물들어 자본주의의 종교화 혹은 종교의 자본주의화가 개교회 현장에서 복잡하게 서로 얽혀서 교회의 본질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사랑방교회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성도들의 생태와 공동체 그리고 영적인 갈망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교회인가를 골똘히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특별히 흩어져 있는 만나고 싶었던 국내 목회자님들과의 시간도 좋았지만 더욱 의미가 깊었던 시간은 해외선교사님 가정을 5년 만에 초대하여 현장소식을 듣고, 1박2일간 함께 ‘삶과 죽음을 체험’하는 쉼이 있는 짧은 여행을 떠나 서로간의 깊이 있는 신뢰를 쌓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모든 여건을 허락하여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콜라주로 만든 위 사진은 지난 3월에 상사화 잎의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잎이 사그러진 후 8월 현재 상사화가 꽃을 피운 모습

무더운 여름, 집 앞 정원에는 봄부터 잎이 힘차게 돋아났다가 어느새 잎이 마른 후 그 존재를 잊을 때쯤인 8월이 돼서야 꽃을 피우는 ‘상사화’가 영원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가녀린 꽃대를 올려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상사화는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습니다.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하는 상사화처럼 공동체도 얼굴 생김만큼이나 다양한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살고 있기에 상대방에게서 무엇인가 얻을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고 행할 때 이미 하늘나라는 이 땅위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본 글은 사랑방교회 2019년 8월 11일(주일) 주보 글로 편집되었기에 전체 원문을 그대로 옮겨 이곳에 소개하오니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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