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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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걸으며
  • 박철
  • 승인 2019.06.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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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속삭임 따라 자연 보기 시작

가볍게 행장을 꾸려 숲길에 들어섰다. 숲에 나를 들일 때에는 최대한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헐렁한 면바지와 긴소매 셔츠를 입으면 좋다. 땀을 흘리며 숲을 누비고 자연이 인간에게 가르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숲에 있을 때 나는 제일 행복하다. 나는 지금 절벽이 가로막은 절망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 위에 있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힘들 때면 언제나 그랬듯 나는 숲으로 들어갔다. 나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며 숲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이 새로운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내가 닿고 싶은 곳에 닿을 수 있을까?”

숲은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내게 말을 걸어왔다.
“숲을 보라. 이곳에서 나고 살고 이루고 떠나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마음으로 보라!”

나는 숲의 속삭임에 따라 자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숲은 날마다 저마다 저답게 삶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생명에게도 나로서 시작하고 살아갈 힘이 있다고 매일매일 속삭이고 있었다.
“생명을 보라! 벌과 나비를 만날 수 없다고, 그것이 두렵다고 먼저 시드는 꽃은 한 송이도 없다. 삶은 나라는 생명에게 깃든 위대한 자기완결의 힘을 믿는 한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은 모두 자기로 살 힘을 가졌으므로!”

숲이 전해주는 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땀방울과 한데 섞여져 뚝뚝 떨어진다. 나는 지금까지 육십이 넘도록 청맹과니로 살아왔다는, 신의 이름을 부르기만 했지 듣지는 못하는 귀머거리로 살아왔다는 반성이 들었다. 그렇다. 숲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이다. 지금 길을 걷고 있는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이다.


-박철

유월
산허리엔 초여름의 훈풍
싱싱한 풀잎에 내려꽂힌
햇살 퍼져 눈부셔
그래서 연두색 숲은
고요롭다
숲속은 소우주
앉은뱅이 꽃들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꾸룩꾸룩 산비둘기 울고간
봉우리산 유월 산자락은
새벽 단꿈 꾸는 새악시의
얼굴처럼 싱그럽다

-오랜만에 봉우리산 유선정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게 이른 점심은 먹는데 뻐꾸기 우는 소리도 들리고 수국도 활짝 피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최고의 성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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