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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순간
김별 시인의 <이 아침의 기도>란 시
2019년 06월 20일 (목) 10:26:51 박철 pakchol@empas.com

아내와 연애시절부터 강원도 정선에서의 첫 목회, 경기도 화성, 강화 교동 그리고 지금 부산에서의 생활까지, 지난 35년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강원도 정선에서 첫목회 시절 사례비가 5만원이었다. 참으로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만큼 절실하고 절박했던 적이 있었을까?

   

요즘 생각이 많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재밌기도 하지만 조금 서운할(?) 때도 있다. 아내는 점점 성자가 되어가고 있고 나는 기껏해야 가정주부 시늉이나 내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지금 자기 생활을 행복해 하듯이 전반적으로 나도 불만이 없다.

앞으로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지나고 보면 하느님은 언제나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셨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목사는 나보다 아내가 했었야 하는데 말이다.

김별 시인의 <이 아침의 기도>란 시가 오랜동안 내 마음에 머물러 있다. 김별 시인의 아름다운 기도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의 시대로 이땅에서 사는 동안 더욱 가난하게 살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사는 것을 조금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쁘고 감사히 여기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 아침의 기도 / 김별

세상의 사막을 모두 꽃밭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꽃밭에서 누구나 한 송이 꽃으로 피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오늘 이 아침 세상 누구도 굶지 않고
따듯한 식사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하루치의 삶을 무사히 마치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족 모두가
저녁 식탁에 모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의 행복은 턱없이 모자라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해도
모자란 만큼 나누는 것이
가장 넉넉하고 채우고도 남음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이
억울한 눈물로 바뀌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부처나 마호메트나 천지신명이나 예수
무속인이나 어느 잡신이나 성인 초인을
따르는 사람들 모두가
믿음과 구원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반성하고
그 다음으로 약한 사람들을
그들의 우상보다 더 사랑하고 존경하기를 기원합니다

아직도 전쟁과 거짓과 돈과 욕심만이 가득한
고통과 환락의 세상에서
종교를 가지지 못한 내가
풀잎에 이슬이 앉듯이
이 아침 조용히 무릎을 꿇는 것은

모자라도 더 바라지 않고
남아도 욕심 내지 않고
착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기를...

그것이 어쩌면 사람의 세상에서
영원한 환상일 뿐일지라도
악을 물리치는 일보다
선을 바로 세우는 일보다
연민의 정을 가지는 일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이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이끌어가는 힘이기를

동화 속 이야기가 정말 세상의
일이기를 기원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가난한 삶에도 감사하며
밤의 등불을 조용히 끌 수 있다면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겠습니다

아름다움과 진리를 모르는 어수룩한 삶을 산다 해도
이 작은 소망이
나와 우리 모두의
가장 빛나는 마지막 꿈이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합니다

밤을 새운 이 아침 안개 속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의 기도는 오직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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