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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전기요금재편, 선심성 정책이 되면 안 된다
2019년 06월 05일 (수) 10:08:11 에너지정의행동 eja@energyjustice.kr

전기요금재편, 선심성 정책이 되면 안 된다.
투명성을 확보하고 원가·환경비용을 먼저 반영하라!

   

전기요금 원가는 아직도 미공개
연료비도 연동하지 않고 때마다 고무줄처럼 변하는 전기요금
기후변화로 더워진 날씨에 온실가스만 늘리는 에너지 정책


정부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안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어제(3일)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열고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어제 토론회에서 1안) 2018년 여름철만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누진 구간 확대), 2안) 향후 여름철에 계속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누진 단계 축소), 3안) 연중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 3개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들 3가지 방안 모두 현재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하고, 1,911억 원에서 2,985억 정도의 전기요금을 인하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정책이다.

우리는 그동안 누진제 완화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결국에는 전기요금 체계를 왜곡시켜 에너지 소비만 늘게 할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실제 이번 3안으로 제시된 누진제 완화 정책이 추진되면, 0~200kWh를 사용하는 세대의 경우 1kWh당 전기요금을 93.9원에서 125.5원으로 비싸게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대 6,328원의 전기요금을 더 납부해야 한다. 반면 400kWh 초과 사용세대는 1kWh당 280.6원이던 전기요금을 125.5원으로 경감받게 된다. 이들 세대는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 이 개편안이 결국 전력 다소비 가구를 위한 전기요금 개편안인 이유다.

1안과 2안의 경우, 당장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세대는 없겠지만 이 비용은 공짜가 아니다. 다른 용도별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든, 한전의 적자로 누적되든 결국 감당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요즘, 전기요금 개편은 ‘인하냐, 인상이냐’는 협소한 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전기요금 체계와 시스템, 그리고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현재 전기요금 논쟁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전기요금의 투명성이다. 전기요금의 원가를 정확히 모르고 있고, 연료비 등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비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전기요금 논쟁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한전의 전기요금 단가 공개 문제는 아직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을 내릴 여지가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여름철에 더우니 전기요금을 내리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방안이다.

또한 석탄과 천연가스 등 주요 발전원별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이 반영되지도 못하고 있다. 국제시세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는 현행 전력시장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계획은 몇 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전기 단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조차 제대로 요금체계에 반영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치권에 의해 요금체계가 들쑥날쑥 변해 온 것이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국민들의 탈석탄·탈핵·에너지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전환 비용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계획도 여전히 모호하다. 탈황·탈질·미세먼지 저감 설비 설치, 규제강화로 인한 핵발전 비용 상승,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모든 것을 한전이 부담할 수 있다며,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비용 지출 없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완수한 나라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더 안전하고 깨끗하며,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에너지원은 공짜가 아니다. 그만큼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야 나오는 노력의 성과물이다.

폭염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받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인류가 배출해 온 온실가스로 인한 것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현재 인류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국가의 책무는 온실가스 저감·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기요금 인하는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다. 정말 폭염에 고통받는 이들이 걱정이라면, 전기 다소비 가구의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폭염대책을 세우는 것이 먼저이다. 폭염 쉼터와 저소득층 냉방 대책, 폭염 시 야외노동자들에 대한 조업 금지 등 그동안 사망자와 피해자들이 발생한 취약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더 시급히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정책안이 나오는 것은 아직도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석탄이나 핵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날씨가 덥다고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은 에너지전환이 아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는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모든 안을 철회하고 전기요금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에너지전환·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2019. 6. 4.
에너지정의행동

<문의 :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02-702-4979 / 010-2240-161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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