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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코 여인들의 나무 껴안기
몸으로하는 기도의 모범
2019년 05월 30일 (목) 11:00:59 박철 pakchol@empas.com

칩코 여인들의 나무 껴안기

‘칩코의 여인들의 나무 껴안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1973년 3월 인도의 히말라야 깊은 산 속의 작은 마을 가르왈에 한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몰려들었다. 인도 당국이 테니스 라켓을 만들어 파는 사이몬이라는 회사에 팔아버린 호두나무와 물푸레나무를 베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때 가르왈의 여성들 50여명은 숲으로 달려가서 나무 하나씩을 맡아서 양팔을 벌려 나무를 껴안고서 나무를 도끼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꼼짝하지 않고 온 몸으로 저항하였다. 벌목꾼들은 온 종일 여인들이 껴안은 나무를 풀도록 설득하였지만 허사였다. 결국 그들은 벌목을 포기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77년에는 인도 산림청이 다시금 그 지역의 남성 대표들과 비밀계약을 맺고서 숲을 파괴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이번에는 가르왈을 비롯한 15개 마을의 많은 여성들이 매일 새벽부터 나무를 껴안았다. 또다시 벌목꾼들은 돌아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숲을 지켜내겠다는 결단의 징표로 나무를 껴안고서 ‘나무를 베어가려면 나의 등에 먼저 도끼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치며 자신들의 자식과도 같은 나무와 숲을 지켜내었다. 결국 벌목꾼들과 무장 경찰들은 4개월간의 긴 싸움 끝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벌목꾼들은 다시는 나무를 자르러 오지 않았다.

이후로 ‘칩코의 여인들’로 불려지며 세상에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칩코(chipco-힌두어로 '껴안는다'는 뜻) 운동이 탄생하게 되었다. 마침내 소수 여성들의 나무 살리기 운동으로 시작된 칩코 운동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숲을 살리기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의 모델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자본과 이윤에 눈이 먼 기업과 정부, 그리고 마을의 남성들에게 숲이란 단순히 상업적인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무를 온 몸으로 감싸 안은 가르왈 여성들의 용기있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몸으로 하는 기도’의 모범을 배울 수 있다.

만일 오늘날 한국교회처럼 기도는 많이 하는데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았다면 벌목꾼들로부터 숲을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제주도에선 비자림나무 숲 지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비자림나무가 잘라져나가고 숲을 헤치는 이유는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이럴 때는 사람이 참 못됐다. 사람이 편리하려고 빠르게 목적지로 가려고 나무를 베고 숲을 헤치다니 참으로 고약한 짓이다.

오늘 아침 산책을 하면서 정현종 시인의 <나무에 깃들어>라는 시를 묵상하며 길을 걷는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비자림나무 숲을 지키기 위해서 연대하는 모든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어 사는지를!

-정현종. <나무에 깃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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