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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10주기되는 날에
진밭교 평화기도회(19. 5. 23)
2019년 05월 23일 (목) 12:06:37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진밭교 평화기도회(19. 5. 23)

오늘은 노무현 서거 10주기 되는 날이다. 그래서 말씀강론 대신에 노무현 서거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자 한다. 십년 전 그 날이 떠오른다. 아침이 조금 지난 시각, 아나운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긴급속보를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사람 모두가 놀랐다. 그 때 일기장을 들춰보니, 장례식 하는 날까지 모든 관심이 온통 노무현 서거 소식에 쏠려 있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몇 일 씩 방송을 보며, 애도할 정도로 노무현 서거는 충격이었다.

   
▲ 김천시민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백창욱님

노무현의 재임시절 공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기울인 희생과 노력은 지금 서서히 열매를 보고 있다. 안전한 종로를 버리고 다시 부산으로 가서 낙선한 것이 전화위복이 돼서 ‘바보 노무현’의 서막이 되고 대통령까지 되는 신화창조가 됐다. 또 6자 회담에서 중심역할을 하면서 2.13 합의와 9.19 선언을 이끌어내고,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에 큰 기여를 했다. 지금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 지지하는 빠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시절 노동정책은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고 급기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그 유명한 그러나 자폭성 말까지 했다. 그 말이 맞는가도 따져봐야 하겠지만, 최고권력자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참여정부가 반노동자 기업인 삼성경제연구소의 결과물을 그대로 국가의제와 정책으로 썼다는 이야기는 우리 귀를 의심케 했다. 게다가 지금 완전히 호구짓한 것으로 결론이 난, 평택미군기지를 대폭 확장하도록 길을 열어준 일, 이라크 파병과 제주해군기지건설, 한미 FTA를 과감하게 밀어붙여서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을 더욱 등 돌리게 했다. 허세욱 열사는 FTA 결사반대를 외치며 자기 몸을 불살랐다.

그래도 어쨌거나 그는 재임시절 탄핵으로 상징하는 기득권 수구세력의 비토에 맞서서 고군분투했다. 인정한다. 그래서 그가 퇴임 후 첫 연설 일성이 “야, 시원하다”라고 했을 때 모두 공감했다. 그가 고향땅으로 돌아가서 보람차게 퇴임 후를 구상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 지금도 이명박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꼭 그렇게 해야 했니! 막상 뽑아놓고 보니 깜이 안 되는 것을 알아차린 국민들은 졸속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는, 제 나라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 없고 미국 사대주의에 바쁜 이명박에게 대거 실망했다. 그 바람에 지지율이 형편없는 현직 대통령은 퇴임 후 오히려 인기가 급상승한 전직대통령의 인기를 못 견뎌했다. 사람의 질투심은 참으로 무섭다. 전직대통령이 회고록 작성을 위해 기록물 사본을 챙긴 것을 국가기록물법 위반이라고 흠을 잡고 토해내게 만들더니, 급기야는 권력의 개인 검찰이 망동을 부리도록 지시했든지 방조했든지 했다. 노무현 서거 후 한 법의학자가 노무현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며, 매우 치밀하게 전문가의 식견을 피력했었다. 나도 그 글을 읽고 타살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내 자신 공안검사들의 저열하고 집요한 조사와 재판을 겪고 나서 노무현의 죽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노무현이 검찰에 출두한 날, 건물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검찰의 윗대가리들이 만면에 거만한 웃음을 띠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 웃음은 무엇인가? 아무리 전직대통령이지만 검찰청에 피의자로 출석한 이상, 저 사람은 우리 밥이야 하는 득의양양한 속셈이라고 본다. 한 평범한 시민인 나도 검찰청에 불려가는 것 자체가 수모인데 자존감이 존재의 전부인 노무현이 그 수모를 견딜 수 있을까. 게다가 출두하던 날 헬기까지 따라붙으면서 노무현을 추적하는 적대쓰레기언론들이 얼마나 기고만장 펜을 휘두를까. 조사 후에는 기소하고 기소하면 재판이 열린다. 그 과정에서 이미 노무현은 난도질당할 게 뻔하다. 엊그제 뉴스타파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 “식민지 독재정치 하에서 썩어빠진 언론”같은 친필메모는 수구쓰레기언론에 대한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적대언론이 이미 그랬던 것처럼 재판이 끝날 때까지, 또 그 이후에도 얼마나 물고 뜯고 늘어질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검찰은 검찰대로 당선인 시절 ‘검사와의 대화’에서 보여줬던 검새스러운 태도를 피의자 노무현에게 쏟아 부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 측면에서 노무현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 일은 이명박에게 돌아간다. 이 한없이 빤질거리고 거짓말이 체질인 인간은 노무현 죽음에 자기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검사를 통제하는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이명박 자신이 2018년 1월,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지금 검찰수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말한 것처럼,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아까운 사람을 보냈다. 한국 정치사에 안타까운 역사가 덧붙여졌다.

그런데 사드와 관련하여 말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 독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제법 민주적인 권력자라 할지라도 미국에 대해서는 제 목소리를 못 내고 하청업자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다. 이런 종속적인 세월이 해방 후 지금까지다. 이제 이 치욕을 끝내야 한다.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소리를 못 내는 현실에서 우리가 더욱 사드철회투쟁을 가열차게 해서 대통령의 입지를 세워줘야 한다. 사드철회 날을 주체적으로 맞이하도록 오늘도 결의를 높이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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