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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울 눈깔사탕과 김영식 선생님
선생님, 고맙습니다.
2019년 05월 16일 (목) 11:30:13 박철 pakchol@empas.com
옛날 생각이 난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왕복 30리 길을 통학했다. 우리 집은 매우 가난했다. 굶지는 않았지만 배불리 먹지는 못했다. 어릴 적 기억이 4학년 때까지 용돈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 또 돈을 쓸 기회도 없었다.

   
▲ 박철님(출처:박철님 페이스북)

새벽밥을 먹고 학교엘 간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나는 제일 먼저 학교에 도착했다. 화천초등학교 교문 근처에 오면 문방구겸 구멍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전교생이 2000명이 넘는 제법 규모가 큰 학교였다. 내가 지나가는 코스에 구멍가게가 한집 걸러 하나씩 있었는데 언제나 내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게 ‘딱지와 눈깔사탕’이었다. 그 밖에 풍선, 과자, 공책이 수북하게 쌓여있는데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었다. 4학년 때까지 한번도 내 돈을 내고 물건을 사 본 경험이 없었다.

학교 가는 길 구멍가게 앞을 지나가려면 나를 유혹하는 것이 ‘왕방울 눈깔사탕’이었다. 그 놈을 하나 입에 넣으면, 입안이 가득하여 볼 딱지가 불룩 나올 정도로 큼직한 사탕이었다. 어쩌다 어머니가 장날 눈깔사탕을 사오면 그걸 몇 조각으로 깨트려서 나눠먹었다.

눈깔사탕이 나를 쳐다본다. 나도 눈깔사탕을 쳐다본다.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학교에 들어서곤 했다. 그러던 3학년 어느 날이었다. 어느 구멍가게 앞에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 쓸쓸한 구멍가게 앞에 서 있는 내 가슴이 콩당 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었다. 나의 손은 진열장 속에 있는 눈깔사탕 몇 개를 집어 들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얼른 눈깔사탕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가게에서 나와 학교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런데 누가 뒤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야! 임마! 너 잠깐 거기 서 봐!”

구멍가게 아저씨였다. 내가 매일 그 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서 있었을 때, 그 아저씨와 여러 번 눈이 마주 쳐 그 아저씨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너, 새끼, 사탕 훔쳤지?”
“.....”
“어디 주머니 좀 보자.”

나는 꼼짝없는 도둑놈이었다. 그 아저씨는 내 뒷목덜미를 잡더니 나를 잡아끄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입에서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하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그 아저씨에 의해 교무실로 끌려갔고 그 아저씨의 진술에 의해 상습적으로 눈깔사탕을 훔친 도둑이 되었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철아, 너 사탕이 먹고 싶었던 게로구나. 너 같이 착한 애가 얼마나 사탕이 먹고 싶었으면....” 그러면서 내 머리를 만져 주셨다.

구멍가게아저씨는 소리 소리를 지르며 ‘저 녀석이 한두 번 훔친 게 아니다’ 라며 학교에서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서로 끌고 가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대신 돈을 물어주셨다.

“철아, 다음부터 절대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하자. 너네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을께.”

김영식 선생님, 살아계셨으면 연세가 팔십 가까이 되셨을 것 같다. 내가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신 선생님이시다. 구멍가게와 눈깔사탕은 나의 유년시절을 반추하게 하는 또 하나의 단추이다.

김영식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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