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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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는 사랑이다
  • 박성율
  • 승인 2019.03.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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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가르쳐 준 삶의 지혜

이끼는 사랑이다.

겨울에 눈보라와 맹추위 속에서도 싱그런 초록을 꼽으라면 으뜸은 이끼다. 잔설과 낙옆과 솔가리를 이불처럼 덮고 있는 이끼를 장자는 어머니에 비유했다.

▲ 잔설 속 가는깃털이끼가 나무 그루터기에서 어린 잣나무를 키우고 있다.

이끼는 지구 최초 식물로 물속 조류가 땅으로 올라와 적응한 식물군으로 선태식물이라 한다. 전 세계적으로 14,000~16,000종이 분포하며, 국내에는 약 900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집 주변 돌담이나 마당, 습기가 많은 숲 속이나 물가에서 잘 자란다. 사람보다 오래 살았기에 보는 사람마다 이끼 속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과거 유럽사람은 침대의 속재료와 건축재료를 보았다. 인디언과 에스키모는 아기기저귀를 만들었다. 리트머스 종이를 만드는 리트머스이끼는 과학자를 감동시켰다. ‘이야기본초강목’에 전하는 전설을 보면 화타는 벌과 거미의 사투 속에서 이끼의 약성을 보았다.

화타가 마당에서 쉬는데 거미줄에 큰 벌이 걸렸다. 발버둥치는 벌에게 거미가 다가갔다. 벌을 감으려는 순간 벌이 거미를 벌침으로 쏘았다. 거미는 발버둥치며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바닥에 난 이끼 위를 몇 번 구르면서 이끼를 빨아먹은 거미는 부기가 빠지면서 회복되었다. 거미는 다시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 벌을 제압했다. 이끼의 서늘한 성분이 벌독의 뜨거운 성질을 식혀준 것이다. 보는 눈이 보배였다. 한의학에선 이끼를 녹태로 부르며 해독작용과 함께 종기를 없애고, 부종을 빠지게 한다. 맛은 달고 약성은 차다. 종류에 따라 취태(翠苔), 청태(靑苔), 석태(石苔) 등으로 부르며 약용한다.

이끼는 꽃이 없다. 볕바른 곳의 풀꼿과 나무는 꽃과 잎으로 화려하지만 겨울엔 스러진다. 출세나 양명한 삶의 비유로 꽃을 말 한다면, 이끼는 그윽하다. 나는 가만히 산자락의 눈을 헤처볼 때가 있다. 계절과 서식지를 가리지 않고 조용히 초록을 만드는 이끼는 사람이 어떤 심성으로 살아야 하는지 말해준다. 가장 낮게 엎드려 그늘과 어둠을 어루만지고 번지는 사랑이다. 무엇을 내세우고 화려하게 피지 않아도 사랑이라고, 그래서 이끼의 꽃말이 ‘모성애’다. 이끼는 사랑이다. 어린 동식물의 밥이되고, 힘이되는 희생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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