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평 환경/기술 지역/농업 전통/문화 미디어/사람 정보/게시판
  편집: 2019.3.20 수 16:42
> 뉴스 > 시사/논평 > 칼럼 | 박철(愚燈)의 ‘생명 평화 정의 이웃사랑’
     
겁난다
죽은 다음 무엇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2019년 02월 28일 (목) 14:48:53 박철 pakchol@empas.com

겁난다
요즘 자주 악몽을 꾼다. 말 그대로 개꿈이다. 그런데 꿈을 꾸면서도 기분 나쁘다. 꿈을 꾸면서 그때마다 ‘이거 꿈 아냐?’ 그러면 영락없이 꿈에서 깬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덧없는 인생을 한탄하는 말이다. 악몽이야 어차피 꿈이니 깨어나면 그만이지만 진짜 겁나는 것은 꼬리표 같이 따라다니는 ‘삶의 흔적’이다.

   

예전에 강화 교동도에서 살 때 어느 선배 목사가 “죽을 지경”이라는 제목의 비장한 편지를 육필로 써서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나 사는게 힘들고 고달팠으면 “죽을 지경”이라고 SOS를 보냈을까 싶어 있는 대로 급전을 만들어 선배에게 달려갔던 일이 있었다. 그때 선배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산다는 것이 행복하고 의미 있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죽고 싶을 때도 있다.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유안진 시인의 ‘겁난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토막 난 낙지다리도 장어도 전갈도 지렁이도 민달팽이도 자기 생(生)의 그 무엇인가를 남기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시인의 관찰이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숨가쁜 호소, 성난 구호, 다급한 쪽지글, 비장한 유서. 내 생에 이토록 절실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말이다. 그 생각을 하면 산다는 것이 악몽보다 더 겁난다.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내가 죽은 다음, 누가 나에 대한 평을 써준다면 이렇게 부탁하고 싶다. “박철(朴澈), 그는 바람처럼 자유자재하게 살다간 자유인(自由人)이었다.”

겁난다 / 유안진

토막 난 낙지다리가 접시에 속필로 쓴다
숨가쁜 호소(呼訴) 같다
장어가 진창에다 온몸으로 휘갈겨 쓴다
성난 구호(口號) 같다
뒤쫓는 전갈에게도 도마뱀꼬리가 얼른 흘려 쓴다
다급한 쪽지글 같다
지렁이도 배밀이로 한자 한자씩 써 나간다
비장한 유서(遺書) 같다
민달팽이도 목숨 걸고 조심조심 새겨 쓴다
공들이는 상소(上疏) 같다
쓴다는 것은
저토록 무모한 육필(肉筆)이란 말이지

박철의 다른기사 보기  
ⓒ 새마갈노(http://www.eswn.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간이라는 단어
결정적 주체는 누구인가
비밀 창고
지구를 구하는 사순절 탄소금식
미세먼지 대책과 기후변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핵 없는 세상, 우리의 내일
그 세 사람을 휩쌌다
책, 우린 너무 몰랐다
만신 김금화
내가 이 분을 인식한 것은 몇일 전 한겨레신문에서, “마지막 ...
책, 우린 너무 몰랐다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한국교회 지붕 햇빛발전소 설치를 ...
9월 3일(월) 오후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교...
신재생에너지로 90% 전력공급 가...
독자 설계 잠수함 건조
헬조선을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생태치유농장과 숲 이야기’모임이 지난 14일 창천교회 엘피스...
포천 평화나무농장 생명역동농업 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384-19, 성도빌딩 5층 | 전화 : 02-747-3191 | 편집인 010-8413-1415 | 제호 : 새마갈노
등록번호 : 서울 아03061 | 등록일 2014.03.24 | 발행인 : 양재성 | 편집인 : 류기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기석
Copyright 2009 새마갈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s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