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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위엄
소성리 진밭교 평화기도회(19. 1. 31)
2019년 01월 31일 (목) 10:43:59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소성리 진밭교 평화기도회(19. 1. 31)
마가 4:21-23 “진실의 위엄”

오늘 복음은 등불비유이다. 비유의 설명처럼 등불을 엉뚱한 자리에 놓는 사람은 없다. 등불을 됫박아래나 침상 밑에 두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등경에 걸어야 집 안을 환히 비춘다. 고대시대에 등불은 얼마나 귀한가! 캄캄한 밤에 등불은 빛 그 자체이다. 그래서 마태에서는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길 수 없다고 했다.

   

이 명확한 비유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등불은 비유의 소재일 뿐, 이 등불비유가 말하려는 바는 사람세상 이야기임을 다 알 것이다. 등불은 무엇인가? 사람세계를 밝히 비추는 가치이다. 그 중에서도 진실이 가장 적합하다.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기 마련”(22절)이라는 말씀은 진실과 딱 맞아 떨어진다. 진실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고 감춘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다.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등불뿐인가. 됫박이나 침상은 비록 물건이지만 실제에서는 진실을 숨기는 어둠의 실체에 대한 은유이다.
예수는 등불비유 끝에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라.”(23절)고 했다. 예수는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할 때마다 이 어법을 써서 강조한다. 사람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말씀이라는 뜻이다. 등불은 등경 위에 있어야 훤히 비추듯이, 진실 역시 사람세상을 온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이다.

진실의 위엄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지난 주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하나는 1월 24일 양승태의 구속이고 다른 하나는 1월 28일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김복동할머니는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자이다. 김복동할머니는 1992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때 연세가 66세다. 이 때부터 93세 돌아가실 때까지 일제의 식민지만행을 고발하는 증언으로 여생을 불태웠다. 위안부신고를 하면서 가족과 모두 단절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 꺼내서 공적 사명으로 승화시켰다. 김복동할머니는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복동할머니는 증언자의 삶에 그치지 않고 진정 이 땅의 생명평화를 위해 자신을 다 바쳤다. 일제의 만행, 식민지백성의 한과 고통, 성노예라는 진실을 됫박아래나 침상 밑에 두지 않고 등경 위에 놓았다. 그렇게 해서 사람세계에 빛을 비추었다. 가해자의 범죄를 드러냈다. 후대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렸다. 이성과 양심을 일깨웠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 사람이 됐다. 그분의 투신과 공적활동 때문에 김복동할머니는 할머니로 그치지 않고, 특별히 여성평화인권운동가라고 명명한다. 허다한 사람들이 김복동할머니가 평생 바라던 일,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위해 뒤를 잇겠다고, 진실이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새겨주었다.
양승태 구속의 직접적 계기는 이탄희판사이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심의관이라는 꽃보직을 받고 업무인계를 받던 중,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 파일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진실을 접한다. 모른 척 가만히 있으면 그의 앞날에는 그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처럼 승진과 독점계보에 들어가는 출세길이 보장될 테지만, 이탄희판사는 그 모든 허위를 거절한다. 사법부의 판사사찰 건을 세상에 드러낸다. 그 고발이 단초가 돼서 결국 사법농단의 핵심인 양승태가 구속되었다. 이탄희 판사가 저항할 때, 양승태는 현 대법원장이고, 법원행정처 전체가 공범집단이었지만, 이탄희판사를 제어할 수는 없었다. 진실이 지니는 힘은 이토록 강하다.

사드철회투쟁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진실 편에 서 있는 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상대가 일본이고, 현실적 위력과 뻔뻔함의 괴수집단이지만, 김복동할머니의 진실을 이길 수 없듯이, 막강한 사법부와 그 총책 양승태가 이탄희판사의 진실을 이길 수 없듯이, 미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고, 이 나라를 만만한 호구로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땅의 평화와 나라의 자주와 주권을 찾으려는 진실을 향한 투쟁을 누를 수는 없다.
진실을 품은 한 사람을 세상이 어찌할 수 없다. 예수가 지닌 진실의 힘이 너무나 크기에 지배세력은 결국 십자가 폭력으로 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수는 부활함으로 지배세력의 폭력을 간단히 이겼다. 진실이 거짓에 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드철회투쟁이 바로 이와 같다. 우리가 원하는 그 날을 맞이할 때까지 나를 믿고 서로를 믿고 힘차게 이 길을 걷자.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걷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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