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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붙든 삶의 화두(話頭), 길
오늘 갈급한 심정으로 길 나선다
2019년 01월 24일 (목) 12:05:28 박철 pakchol@empas.com

나는 40대, 그리고 60대 막 진입하면서 연거푸 ‘길’이라는 삶의 화두에 천착(穿鑿)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삶을 길을 걷는 것에 자주 비유한다. 편안한 길, 넓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좁은 길, 험한 길을 애써 가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산에 갈 때마다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좁고 가파르던 오솔길이 잘 포장되어 있어서 어리둥절한 적이 있었다.

   

오솔길이 넓은 길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가길 바랐고, 걸어서 올라가기보다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 빠르고 편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넓고 평평한 길을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길 위에(途上) 놓여 있는 것이다. 그 길 끝에는 항상 여러 개의 갈림길이 놓여 있고 시간에 떠밀려 우리는 좋든 싫든 하나의 길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길을 갈 수는 없다. 간디 이후 인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영적인 인물로 알려진 비노바 바베(Vinoba Vhave)가 그의 노년에 깨달은 삶의 화두는 ‘버리고 행복하라’였다. 일상생활에서 쓸모 있는 기술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새로운 것을 배울 의지도 역량도 없이 손으로 하는 일에 무관심한 현대인들의 게으름과 오만은 삶에서 분리된 시체나 다름없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산다. 살인강도도 세상 탓이지 제가 못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 그 사람은 적어도 무엇이 수치인가를 아는 것으로 보아도 된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욕을 얻어먹는 자는 분명 사람이 못할 짓을 범한 탓으로 그런 욕을 먹는다. 참새는 참새의 길이 있고 돼지는 돼지의 길이 있다. 하물며 인간일 소냐.

예수도 그의 제자도 다 구도자로서 하느님께로 향해 길을 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예수는 이미 개인이면서 보편자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하느님과 같이 있게 되었다. 하느님의 길을 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제자들은 그들 자신에게만 멈춰 있어,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묻고 있었다.

예수는 이미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었다. 제자들은 지금 길을 묻고, 진리를 찾고, 생명을 갈구하고 있다. 예수가 알고 믿는 바에 의하면, 제자들 역시 그들이 길로 들어서고, 진리 속에 있고, 생명을 가지고 산다면 지금 예수 그 자신보다 더 큰 일도 할 수 있었다. 길은 언제나 부단히 물어질 것이다. 길을 묻는 자는 길을 잘 물어야 한다. 길이 잘못 안내되면 그의 평생이 헛수고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도자로서 길의 안내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자신 없는 위선적 언어와 행동을 삼가야 한다. 종교의 지도자들은 특히 그들의 가르침이 길과 진리와 생명으로 통하는 것인가를 확실시하여야 한다. 그들의 가르침이 만병을 통치하는 약인 양 떠들어대는 일을 삼가야 한다. 예수가 들어선 그 길, 예수가 서 있는 그 진리의 기틀, 예수가 숨 쉬고 있는 그 생명의 호흡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한, 우리는 이 사실을 가르칠 자질을 갖춘 것이 못된다.

2019년 새해 벽두,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자기존재의 지점을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고, 돌이켜야 할 것은 돌이켜서, 더 이상 한눈팔지 말고 내가 가야할 길을 똑바로 가야 하겠다.

나는 시방 길을 가고 있는 구도자이다. 도상(途上)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나는 남에게 길을 안내해주기에는 너무나 미흡한 사람이다. 나부터 착실하게 생명과 진리에 이르게 하는 그 길을 찾고자 노력할 뿐이다. 오늘도 갈급한 심정으로 길을 나선다.

오 주님,
내가 당신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지요!
내가 당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지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오늘의 삶에 매몰되어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당혹감이나 망설임 가운데서 흩어질 때,
당신께서는 내게 확신을 주십니다.
당신께서 존재하여
선한 길이 모두 막히지는 않도록
배려해 주시리라는
고요한 확신을 내게 주십니다.
결코 나 홀로는 발견하지 못했을 그 길,
절망을 통과하며 나를 이 지점까지
이끌어 온 그 길을
이제 나는 세속적 명예의 용마루에 우뚝 서서
놀라움 가운데 뒤돌아봅니다.
나는 이 지점으로부터 당신의 환한 빛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의 빛을
당신께서는 내게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취할 수 없는 만큼의 빛을
당신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할당하실 것입니다.
-A. 솔제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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