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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르러 왔다
진밭교 평화기도회(18. 10. 25)
2018년 10월 25일 (목) 09:42:05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진밭교 평화기도회(18. 10. 25)
누가 12:49-53 “불을 지르러 왔다”

오늘 복음 말씀은 범상치 않다. 불을 지르러 왔다는 말씀과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말씀이 그렇다. 불의 기능은 무엇인가? 태우고 연단해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것을 얻는다. 그러므로 기존의 것이 다 불사름을 당한다. 분열도 어감은 좋지 않지만,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 기존질서를 흔드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즉 새 세상을 구하는 사람으로서는 불과 분열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2018년 10월 23일 성주김천 평화행동, 오늘도 평화마을 소성리에서는 아침 기도회와 피켓팅, 평화백배와 기지 정문 앞 오전오후 평화행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비극적인 일은 그 다음 말씀이다. 불과 분열의 양상이 가장 먼저 집안에서 일어난다. 집안 식구끼리 원수가 된다. “이제부터 한 집안에서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서, 셋이 둘에게 맞서고, 둘이 셋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맞서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맞서고, 어머니가 딸에게 맞서고, 딸이 어머니에게 맞서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맞서고,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서, 서로 갈라질 것이다."(누가 12:52-53)

도대체 예수가 말씀하는 이 비극적인 현실은 무엇인가? 평화의 예수가 던지는 반 평화의 말씀은 어떤 뜻을 내포하는가?

사실 국가권력의 폭력을 경험하지 않고 오순도순 한 세상 사는 것도 큰 복이다. 그래서 과거사 사건 진실규명이나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일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자기나 주변에서 한 번도 그런 억울한 일을 겪지 않아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가 싶은 생각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런가. 우리나라만 해도 조선 말기부터 일제식민지를 거쳐 해방이후 미 군정시기에 일어난 굵직한 민중항쟁들, 한국전쟁, 유신독재와 군부독재, 개발독재 시대를 살면서 권력의 농단에 제 명을 살지 못하고 죽거나 인생을 망친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민중은 폭력의 시대에 가장 먼저 그 재앙을 겪는다. 예수시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팍스로마나로 불리지만, 폭력으로 포장된 평화 속에서 민중은 제일 밑바닥에서 고통겪고 신음하며 살았다.

예수는 권력이 조장하는 시대의 불의와 폭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고민하고 대안을 구했다. 그리고 그 대안이 불과 분열이다. 허위의 시대에 참 평화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거짓평화를 깨뜨리는 수밖에 없다. 불로 상징하는 외침, 고발, 증언, 저항은 거짓평화 속에 켜켜이 쌓인 위선과 불의를 깡그리 드러내는 훌륭한 수단이다. 사드가 들어간 골프장 앞 평화행동 때, 사람들이 외치는 절절한 소리는 불 그 자체다.

고대시대는 확대가족이 한 집안이다. 지금도 시골마을에 있는 집성촌이 그 흔적이다. 씨족공동체 전통이 남아 있는 마을도 한 집안이나 진배없었다. 그러나 핵발전소가 들어선 마을이나 초고압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이나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강정처럼, 권력과 자본이 결탁하여 무슨 국책사업이니 기간산업이니 그럴듯한 이름 지어서 민중을 밀어대는 현장에서 집안 식구끼리 또는 마을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견이 갈려서 원수가 되는 것을 숱하게 목격했다. 어디나 두 부류가 있다. 저 거대한 집단과 어떻게 맞서 싸우라 하는 마음과 이 참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하는 욕망이 맞물려서 일치감치 돌아서서 권력의 농간에 장단 맞추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비록 앞으로의 삶이 험난하고, 신상에 큰 피해가 오지만, 이익 대신에 정의와 참 평화를 구하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두 부류가 다 한 집안 식구이다. 그러니 어쩌랴. 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드철회투쟁을 하고 있는 우리도 불과 분열의 실상을 겪는다. 늘 기도하고 외치다보면, 나 자신도 그 주장을 따라 살기 마련이다. 내 안의 불순물을 태우고, 이 사회 거짓된 허상에 대해 저항한다. 특히 권력에게 휩쓸리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큰 복이다. 유감스럽지만, 사드 때문에 분열이 생기는 것을 감당한다. 잘 아는 사람이 허튼 소리를 하면 얼마나 복장이 터지는가. 예수께서 말씀한 것처럼, 내가 받아야 할 세례이다. “그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괴로움을 당할는지 모른다.”고 했다. 딱 우리 심정이다. 우리도 사드철회가 이루어 질 때까지 얼마나 괴로움을 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참 평화를 얻는 일이 쉬운 길이 어디 있나. 안보마피아들은 사드도 모자라서 SM-3라는 듣도보도 못한 무기체계를 또 도입한다고 나발을 불고 있다. 안보마피아들의 사악함을 볼 때 불과 분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전쟁무기 없는 참 평화세상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사드철회의 그 날까지 우리 길을 힘차게 걷자.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걷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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