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평 환경/기술 지역/농업 전통/문화 미디어/사람 정보/게시판
  편집: 2018.12.12 수 11:38
> 뉴스 > 시사/논평 > 칼럼 | 종교영성
     
기억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다
강남향린교회 투쟁승리보고대회에 붙여
2018년 09월 21일 (금) 09:21:22 김기원 kiwon255@hanmail.net

먼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축하드린다 하니 생각납니다. 지난 봄 성금요일 강남향린 교우 여러분들이 처음 황당한 일을 당하신 직후에도 말로는 ‘축하’드렸던 바 있지요. 여러분은 드디어 ‘예수께 붙여진 교회’로 거듭나게 되었다며 드린 격려였습니다. 물론 그때의 축하는 사실 축하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으러 가는 사형수에게 던지는 덕담 같은 위로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진심으로 축하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학교 졸업생들에게 품는 마음처럼 축하드립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애간장 타는 나날을 인내하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오늘 이 자리는 분명 빛나는 졸업장을 받으시는 자리일 터입니다.

졸업이라 하니 지금도 계속되는 토지강제수용과 온갖 불의의 현실 앞에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여러분께서는 은총의 수련기를 끝내셨습니다. 급작스런 침탈 직후인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여러분이 성명서를 통하여 밝히셨던 고백은 참 감동적이었지요. 교회 성물이 아무렇게나 실려져 나가는 장면을 보고서도 회개한다고, 이제야 제대로 십자가를 지게 되었노라 고백하셨지요. 머리로만 하던 신앙을 이제 온몸으로 체휼하며 새로이 출발하겠노라 다짐하셨습니다. 그 황망함 중에서도 여러분은 하늘의 큰 그림을 그려내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여러분은 그 그림대로 실천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스승 예수께서 그토록 연민하시며 함께 하고자 하셨고 최후심판의 비유에서는 당신이 바로 그들이라 하셨던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은 이, 곧 난민(難民)의 자리로 가셨습니다. 몸소 눌린 자, 우는 이들이 되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체휼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그리 하셨던 것처럼 바로 그 지독한 고통 속에서 부활생명을 피워내셨습니다.
가난한 이웃의 고뇌가 무엇인지 가슴 저미며 깨달았고, 무엇이 진정한 연대인지, 무엇이 진정한 이웃사랑인지를 온몸으로 배우고 온몸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지나오며 남녀노소 모든 교우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길에 한 마음으로 동참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제 때가 된 것입니다. 길거리 천막 기도처가 학교 교실이었다면 이제 교실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갈 때가 된 것입니다.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에 여러분의 산 체험을 증언할 때가 왔습니다.

기독교는 기억의 종교입니다. 떠돌던 합비루들이 파라오 압제에서 탈출하였던 감격의 해방사건을 기억하고, 광야 사십 년의 혹독한 초막생활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구원섭리를 체득하는 종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종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예수사건을 기억하는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온 생을 통하여 드러내신 역설적인 생명의 길, 십자가의 도(道)를 때마다 기억하고 되새기며 오늘에 현재화시키려는 종교가 예수교, 기독교입니다.

여러분들은 바로 그 기억의 새로운 버전version을 만드셨습니다. 지난 170여 일의 광야생활은 여러분이 두고두고 기억해야 될 종교적 원체험(原體驗)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제 강남향린교회, 나아가 향린공동체 여러분 모두에게 이 원체험은 앞으로 10년 100년 1000년을 이어가며 신앙의 엄숙한 길잡이, 역설의 복음을 살아내는 능력으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보다 생생하게, 보다 감동적으로 여러분 체험에 기대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질서, 자유와 평등의 질서, 사랑의 질서를 훼파하는 악의 세력에 더욱 탄탄해진 실력으로 맞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름지기 그 어떤 어둠의 세력도 이제는 여러분을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은총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 나라 건설의 선봉에 서게 되셨습니다. 그러니 더욱 축복하며 축하드립니다. 처음 천막기도소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기 모인 우리 모두 강남향린교회와 더불어 함께 걷겠습니다. 그 복된 길로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18/9/20
예수살기 김기원

김기원의 다른기사 보기  
ⓒ 새마갈노(http://www.eswn.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우리 생태공동체마을에서 살아볼까
광풍의 도시
돌아오라 녀석아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햇빛이 전하는 그린 크리스마스
슈퍼 베이비(Super Baby)와
거룩한 순례, 동행의 기쁨
어둠이 땅을 덮었다
어둠의 사람들은 그에게로 갔다
정의와 진실구현 역사 바로 알기가...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고 또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철과...
내 직업 내가 만든다
인류, '호모 데우스'를 꿈꾸다
한국교회 지붕 햇빛발전소 설치를 ...
9월 3일(월) 오후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교...
신재생에너지로 90% 전력공급 가...
독자 설계 잠수함 건조
포천 평화나무농장 생명역동농업 산...
온생명살림 기행팀과 함께 평화나무 농장을 방문한 내용을 정리하...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호국대성사 서산대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384-19, 성도빌딩 5층 | 전화 : 02-747-3191 | 편집인 010-8413-1415 | 제호 : 새마갈노
등록번호 : 서울 아03061 | 등록일 2014.03.24 | 발행인 : 양재성 | 편집인 : 류기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기석
Copyright 2009 새마갈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s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