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평 환경/기술 지역/농업 전통/문화 미디어/사람 정보/게시판
  편집: 2018.7.20 금 22:49
> 뉴스 > 시사/논평
     
평지는 골고루 잘 사는 세상
'담쟁이' 시를 통해 세상 바라보기
2018년 07월 11일 (수) 13:23:02 박철 pakchol@empas.com

2016년 11월 박근혜 퇴진 서면 집회에서 연설 중간에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암송한 적이 있었다. 명색이 시인인 사람이 암송하는 시가 몇 개 안되는데 그중 하나이다. 도종환 시인이 전교조 결성에 동참하였다가 옥고를 치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암으로 아내를 잃은 후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아들을 두고서 말이다. 그때 그는 담쟁이를 생각했다고 한다.

벽을 넘으면 무엇이 있나. 아무것도 없을 수도, 더 높은 벽이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벽보다 더 숨 막히는 황야가 버티고 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는 잊지 못할 자유의 실감이 묻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벽은 무언가를 가두는 것이겠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엄연한 사실에 한 모금의 갈증과 의지를 보태어 쓴 것이 이 시다.

앞서가는 담쟁이 이파리 하나는 정의와 진실이요 사랑이다. 진정 갇히는 것은 넘으려고도 하지 않을 때이므로 담쟁이는 핏줄이 온몸으로 뻗어가듯 벽을 오르고 벽을 나아간다. 그렇게 첫 걸음은 이파리 하나지만 두 걸음에 이파리 열이, 세 걸음 네 걸음에 어느덧 이파리는 도도한 강물로 흘러 벽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평지로 만든다. 평지는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정녕 올 것인가는 차치하고서 말이다.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박철의 다른기사 보기  
ⓒ 새마갈노(http://www.eswn.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난민을 위한 한국교회 호소문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위한 길 찾다
녹슨 이력의 입술
공유지의 비극, ‘나 하나 쯤이야’
삼차원의 손아귀
예수살기 약사편찬 세미나
꼬까도요 나래박쥐 꿈 꾼다
세상 모든 것 내 발 아래 있다
해고자들 회사로 돌아가야
히말라야 노새
로컬미식라이프, '배려의 식탁' ...
어느 쾌락주의자들의 새로운 미식론이 출간됩니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문익환 평전』을 권한다
신재생에너지로 90% 전력공급 가...
신재생에너지로 2050년 전력의 최소 90%까지 공급 가능하다...
독자 설계 잠수함 건조
서울전역을 3D로 본다
포천 평화나무농장 생명역동농업 산...
온생명살림 기행팀과 함께 평화나무 농장을 방문한 내용을 정리하...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호국대성사 서산대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384-19, 성도빌딩 5층 | 전화 : 02-747-3191 | 편집인 010-8413-1415 | 제호 : 새마갈노
등록번호 : 서울 아03061 | 등록일 2014.03.24 | 발행인 : 양재성 | 편집인 : 류기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기석
Copyright 2009 새마갈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s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