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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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노새
  • 박철
  • 승인 2018.07.0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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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평생 짐 지고 고달프게 살았다

7년 전 이맘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해 가을 나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다녀왔다. 힘들게 산을 오르면서 나는 참 미안했다. 트래커들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지고 산을 오르는 포터들과 역시 무거운 짐을 나르는 노새들에게 미안했다. 히말라야에서 짐을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한다. 짐을 지고 가면서 어머니를 생각했나보다. 그게 작가의 마음일 것이다. 가끔 어머니의 부재(不在)를 실감할 때가 있다. 만사가 귀찮고 삶의 의욕도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요즘 아내가 최근 많이 힘들어한다. 손가락 마디에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 아침 내가 늦장부리지 말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라고 했더니 병원에 가면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찌 일을 안 할 수 있냐?"한다. 그 말을 듣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장모님이 살아계실 때 아내는 엄마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모님도 아내처럼 체구가 작으셨지만 기품이 있으셨고 너그럽지만 매사에 단호하셨다.

1987년 초겨울 집으로 찾아오신 김영삼 씨한테 "당신이 이번엔 김대중 선생한테 양보하시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장모님은 언제나 담대하셨다. 우리가 부산에 이사 온 후 그 이듬 해 장모님은 이 세상을 떠나셨다. 벌써 14년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가만 보면 장모님의 십분의 일만 닮았어도 좋겠다고 했던 아내는 장모님을 판박이로 거의 쏙 빼닮았다. 울 집 늦둥이 딸은 자기 엄마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도 장모님도 아내도 다 엄마고 어머니다. 이 세 사람은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다. 어머니도 장모님도 아내도 일만 하는, 무거운 짐만 지는 노새인가?

히말라야의 노새
-박경리(소설가, 1926-2008)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아아
저게 바로 토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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