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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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말한다
  • 김홍한
  • 승인 2018.06.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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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순종 강요하는 이들 있다

신라 내물왕 18년(373년), 백제 독산성주가 백성 3백 명을 이끌고 투항하였다. 왕은 이들을 받아 들여 6부에 나누어 살게 하였다. 백제왕(근초고28년)이 편지를 보내 말하였다.

“두 나라가 화목하여 형제처럼 지내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지금 대왕은 우리나라에서 도망간 백성들을 받아 들였다. 이는 화친하자는 뜻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며, 대왕에게 기대했던 바가 아니다. 청컨대 그들을 돌려 보내기를 바란다”

왕은 대답하였다.
“백성이란 항시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왕이 그들을 돌보아 주면 오고, 힘들게 하면 가나니, 백성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대왕이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과인을 책망함이 어찌 이토록 심한가?”
백제왕이 이를 듣고 다시 말을 하지 못했다.
-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3권 -

“좋다. 참 좋다.” 너희 통치자들이여 너희의 그 말을 너희들이 명심해라. 너희 말대로 우리 백성들은 항시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다. 고구려 왕실이건, 백제 왕실이건, 신라 왕실이건 우리에게는 상관없다. 우리는 너희 왕실에 충성할 마음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이해득실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뿐인가?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너희들이지만 어느 놈이 우리를 지배하더라도 상관없다. 우리의 관심은 누가 우리를 편히 살게 하느냐다.

“나라, 민족”이라는 말을 너희들은 하지마라. 愛國愛族을 말하지도 말고 강요하지도 말라. 우리 백성들이 국가이고 민족인데 새삼 무슨 애국애족이냐? 애국애족은 너희들이 할 일이다. 우리를 섬겨라, 그것이 애국애족이다. 너희들이 모두 포기하고 도망해도 우리는 끝까지 남아 우리자신을 지킬 것이다. 우리가 국가고 우리가 민족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나라와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를 착취하고 전쟁터로 내몬다면 그들은 우리의 원수다.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 국가다. 그 안에서 함께 사는 우리가 민족이다. 그 때 우리는 기꺼이 나라에 충성하고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독재니 민주니 하는 것도 우리와는 상관없다. 그것은 권력을 얻고자 하던지 거기에 기웃거리는 너희들의 문제이지 우리들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우리가 언제 권력을 나누어 달라고 했느냐? 우리는 권력이 있어도 쓸 줄을 모른다. 내 형제, 내 이웃에게 무슨 권력을 휘두를 일이 있겠느냐? 다만 우리에게는 - 너희들이 말하는 대로 - 먹을 것이 하늘이다.

너희들의 권력싸움을 마치 義와 不義의 싸움인 것처럼 포장하여 우리를 그 싸움에 끌어들이려 한다. 이리 저리 갈라놓고 쉽게 통치하려는 것을 모를 줄 아느냐? 처음에는 속겠지만 오래 속지는 않는다.

종교인들이여, 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힘없는 백성임을 잊지 말라. 당신들도 힘없는 백성이기에 우리 속에 받아들였다. 간혹 당신들 중에 권력자들의 뜻을 神의 뜻과 동일시하여 우리를 설득하고, 우리의 순종을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 “가라, 가서 권력자들의 시녀노릇이나 하여라. 우리가 전혀 너희를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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