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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너무도 유약했다
『징비록』을 필독서로
2018년 05월 12일 (토) 22:58:36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징비록』. 유성룡이 쓴 임진왜란 반성기. 읽다가 조선의 한심함에 여러 번 한숨 나왔다. 비록 사백 여 년 전 일이지만 꼭 오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왜적이 전쟁으로 단련했다지만, 싸우기도 전에 도망치는 건 해도 너무했다.

   

조선의 장수라는 놈들은 평소에는 만만한 백성들만 닦달할 줄 알았지, 유사시에는 제 한 몸 건사하기 바빴다. 왜적이 무장을 잘 했고 조선군의 화력이 떨어지더라도 무기가 좋다고 반드시 전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건 병법의 기본이다. 조선은 우리 땅이므로 얼마든지 지형을 잘 이용해서 왜적을 무찌를 수 있었다.

좋은 예가 한양 올라가는 길에 있는 문경과 조령이다. 이곳은 아군에게 천혜의 요새다. 우리 군사들이 협곡으로 된 길목을 단단히 지키면 왜군은 한 놈도 지나갈 수 없었다. 파죽지세로 올라오던 왜군도 여기서 한참을 머물었다. 어떤 복병이 나타날지 몰라서. 그러나 조선군은 조령을 포기하고 평지에서 전투를 벌여 대패한다. 전략전술이 한 마디로 젬병이다.

막강한 적에게 길을 터주고 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이란! 갑자기 닥친 전쟁이라지만 조정은 조정대로 장수는 장수대로 군사는 군사대로 모두 오합지졸,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 때 조선이 망하지 않은 건, 유성룡의 말대로 하늘의 도우심이었다. 그러나 조선 땅은 7년 동안 초토화됐다.

갑자기 맞이한 전쟁이지만, 왕부터 신하, 장수들까지 정신상태가 똑바로 서 있었더라면, 전열을 정비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었다. 조선을 만만히 본 왜를 이 때 완전히 섬멸해서 다시는 조선을 넘보지 못하게 원천봉쇄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지만) 일제의 식민지 침탈도 안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너무도 유약했다. 그 원인은 바로 군대주권이다. 군대주권없는 나라의 비루함이란! 명나라 바짓가랑이 붙들고 왜적을 물리쳐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명나라는 전쟁보다는 강화에 더 뜻이 있는지라, 조선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처분만 바라보는 꼴이었다. 그 와중에 백성만 죽어나가니, 그 처참함을 어찌 다 말하랴. 한미동맹에 매달려 군사주권까지 팽개치는 인간들아, 유성룡이 바로 그대들 깨우치게 하려고, 이 책 『징비록』을 남겼다는 생각이다. 특히 정권은 국방부 관료들과 군대 고급장교들에게 『징비록』을 필독서로 가슴에 새기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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