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살기가 출범한지 십년이다. 예수살기를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신앙을 다짐한다. 우리는 창립선언에서 ‘예수 믿기’는 ‘예수 알기’에서 시작하여야 하며 예수 따르기를 넘어 ‘예수 살기’에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처음 다짐대로, 한국사회 안에서 작은 예수로 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예수살기 출범과 그 활동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폭정과 맞물려 격정의 시간을 보냈다. 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의 운명이 우리에게도 닥쳤다. 예수살기는 민주공화국의 공공성을 사익과 탐욕으로 채운 희대의 사기꾼 정권과 유신후예 정권에 맞서서 온 몸으로 저항했고 민중이 당하는 수모와 탄압을 함께 겪었다. 민족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섰고, 국가폭력이 짓밟는 현장에서 신음하는 민중들과 함께 아파했다. 우리는 광장에서 거리에서 분쟁현장 천막에서 노숙하는 민중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우리가 바치는 촛불예배는 권력과 자본에 희생당하는 민중을 향한 애가였다. 우리는 예수살기를 몸으로 고백했다. 예수살기는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해 투쟁하였고, 기꺼이 민중과 한 편이 되었다. 덕분에 민중은 눌린 자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알고 위로받았다.
한편, 민중과 함께 한 예수의 마지막 삶이 십자가 죽음이었듯이, 고난의 현장을 마다하지 않은 예수살기의 삶도 상흔으로 점철되었다. 투쟁현장에서 겪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은 우리 내면에 생채기를 남겼고, 현장에 바친 열성만큼 소홀해 진 일상은 가난과 고독으로 우리를 괴롭혔다. 그러나 예수살기의 길을 따름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거대 권력에 죽임당한 예수가 다시 살아났듯이 민중의 부활을 믿는 예수살기도 다시 제 길을 걸을 것을 믿는다.
민중의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꿨지만 시국은 여전히 하수상하다. 예수살기 십년세월을 총화하는 우리 마음도 그다지 평화롭지 못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한은 물론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남북분단 극복은 무슨 체제로 무슨 주의로 정당화할 수 없는 민족의 절체절명 과제이다. 정전협정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미국의 점령 아래 눌린 세월이 분단세월과 똑같다. 자주와 주권을 지키기는커녕, 갈수록 미국에 종속돼 가고 있는 이 땅 현실은 비루하고 비통하다. 예수살기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평화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예수살기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고위급 인사의 방남과 응원단 및 공연단 방남을 지지하며 남북대화를 통해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한반도의 평화의 바람이 북미대화를 견인하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미국의 체제위협에 맞서서 핵미사일로 자위권을 지켜야 하는 북한, 미국의 군사훈련 도발 때문에 늘 두려움에 빠져 있는 북한 민중, 중간에서 양쪽의 대결을 긴장하며 지켜봐야 하는 남한 민중의 일상을 제 숨 편히 쉬는 세상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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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살기는 교회를 사랑한다. 교회는 예수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상 제국에 맞서 저항하는 공동체이다. 또 교회는 하나님나라 운동의 전위대이다. 예수살기는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일이야말로 소중한 일임을 인식하고 건강한 교회운동에 헌신하였다. 이미 교회는 맘몬에 포로 되어 그 지배동맹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악한 정권과 야합하고 수구냉전세력으로 굳어져 반시대, 반민주, 반이성의 길로 가고 있다. 이에 예수살기는 더욱 참 교회, 참 기독인의 모습으로 살고자 힘썼다.
예수살기는 그동안 악한 정권에 맞서서 예언자 소리를 발하고, 정의와 평등, 평화를 외치며 숱한 현장에서 부대끼며 야성을 단련했지만, 하나님과의 친교를 통해 내면의 영성을 다지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사회참여와 영성훈련에 균형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여전히 권력과 자본에 눌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처처에 있다. 안주하지 않고 사회약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예수살기는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예수가 걸어가신 길을 올곧게 걸어갈 것이다. 하나님이 계시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주여, 당신의 평화로 이 땅을 덮으소서.
* 본 '예수살기 10주년 총회 선언문'은 예수살기 창립 10주년과 제11차 정기총회 맞추어 백창욱님이 초안을 만드시고, 여러 회원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양재성님께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