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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냈다
2018. 1. 4(목) 소성리 진밭교 아침기도회
2018년 01월 04일 (목) 09:54:53 백창욱 baek0808@hanmail.net

요한 1:35-42 “함께 지냈다”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와 제자들의 첫 상견례이다. 요한의 제자가 예수의 제자가 된다. 자기 제자를 흔쾌히 보내는 요한의 도량이 훌륭하다. 덕분에 예수와 두 제자는 새로운 만남을 가진다. 어떤 대화가 오고가는지 보자. 먼저 예수가 말씀한다.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성경은 모든 이야기를 다 담을 수가 없어서 매우 많은 생략과 압축이 있다. 이 말은 나를 따라오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말이다. 제자들은 “라삐, 묵고 계신 데가 어딘가요?”라고 묻는다. 이 말은 동문서답같지만, 그게 아니라, 예수의 물음에 대해 따로 조용한 자리에 가서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래서 예수는 ‘와 보라’ 했고, 그들은 예수를 따라가서 그 날은 거기에서 예수와 함께 지냈다. 즉 예수와 제자들이 늦은 밤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뜻이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자신들이 여기 오기까지의 고뇌와 결단, 또 시국에 대해, 이스라엘의 희망과 대안에 대해 오랜 대화를 나누었다. 함께 하루 밤을 지낸 덕에 제자들은 예수가 메시아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안드레는 형 시몬을 찾아가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몬을 예수께 데려오고 예수는 시몬을 각별히 보고 새 이름을 지어준다. 그 이름이 그 유명한 게바, 곧 베드로이다.

오늘 복음말씀은 무엇을 말하나? 예수를 어떻게 아는가에 대해 묻는다. 제자들은 하루 밤을 같이 지내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됐고 통했다. 서로 간에 마음과 뜻을 나누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가기로 도원결의했다. 예수와 제자들의 만남에서 보듯이, 신앙은 추상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 체험이다. 그 체험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고유한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를 처음 만난 날, 함께 지낸 하루 덕분에 예수와 함께 하나님나라 운동을 시작했다. 그 뒤 많은 시련을 겪지만 예수님을 직접 체험한 경험으로 이겨나갔다.

소성리에는 수많은 현수막이 있다. 용봉삼거리 입구에서부터 진밭교 이곳까지 도로 양쪽에 수백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무수한 단체가 자기 이름을 걸고 사드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모두 맞는 말이고, 기발하고, 절절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사드를 강제 배치한 인간들이 현수막 주장들을 보고 마음을 돌이키면 좋은데,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마음으로는 끄덕이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자기들 하고자 하는 대로 한다. 정권이 하는 짓은 현수막 주장과는 지독한 부조화이다.

단체들은 어떤 마음으로 현수막을 걸까? 우리 단체도 사드철회투쟁에 참여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현수막을 걸었다면 없느니만 못하다. 어떻게 보면 현수막 운동이 제일 쉽다. 쉬운 만큼 운동의 성과는 지극히 약하다. 실현성없는 추상의 극치다. 현수막이 실효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드투쟁 현장에서 현수막의 결의를 자기 몸으로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현수막을 보면서 저건 그냥 효력없는 헝겊이라는 판단을 줄 것인지, 아니면 민주시민들이 진짜 몸으로 실천하므로 사드운용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줄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 활동에 달렸다.

그런 차원에서 현수막걸기에 참여한 단체들은 처음에 당번섰던 것처럼, 다시 힘을 발휘해서 소성리에 현장지킴이 투쟁을 조직하면 좋겠다. 모든 운동이 처음에는 활발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동력이 약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자연흐름을 극복해야 투쟁이 성과를 거둔다. 겨울 지나고 나면 진밭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소강상태로 계속 가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예수와 제자들이 직접 만나고 통한 끝에 하나님나라 운동을 시작했듯이, 우리의 사드철회운동도 정치로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마지막은 몸으로 투쟁해야 한다. 피치 못하게 몸의 투쟁이 최후수단이 됐을 때, 함께 대처하자. 추상을 극복하자. 그래서 사드를 철회투쟁에 꼭 결실을 맺자. 우리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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