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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하나님 만나는 지성소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임금께 가는 길외 2편
2017년 12월 28일 (목) 17:07:58 양재성 hfmc1004@hanmail.net

   

임금께 가는 길

정명성

영광이 빛나던 그 밤의 이야기를 아는가
누군가는 별을 좇아서 왕께 이르렀다지
천사들 노래를 듣고 찾아간 이들도 있었다지

바벨탑보다 높이 솟은 눈부신 마천루 숲에서
별들이 길을 잃은 오늘
하늘에 무슨 영광이 빛날 것인가

천사의 노래보다 황홀한 음악이
홍수처럼 넘실거리는 여기
땅에서는 평화가 춤을 출 수 있는가

어두운 광야 아닌 곳에서 기다리지 마라
적막한 마구간 문이 아니면 두드리지 마라
누추한 구유 앞이 아니면 경배하지 마라

어둠으로 씻은 눈 속으로 별이 들어온다
침묵으로 비운 귀를 하늘의 노래가 채운다

오늘도 임금이 찾아오신다
와서, 평화가 춤추던 그때처럼
가난한 구유에 누우신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하나

하나님의 아드님이신 임금님은
언제나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다
겸손, 인간의 겸비만이,
하나님의 신성을 드러낸다
우주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고
평화는 가난한 구유에서 시작된다

현장은 하나님을 만나는 지성소다
지극히 작은 자들은 여전히
우리가 섬겨야할 우리들의 임금님,
우리들의 하나님이다

(1226. 가재울에서 지리산)

   

밤눈

김광규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둘

연일 매서운 추위다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이 걱정이다

매서운 추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집이 되고 싶은 소망
따뜻한 방이 되고 싶은 마음
서로의 바깥이 되고자 하는 사랑이다

아, 나의 바깥은 누구이며
나는 누구의 바깥인가

(1227, 가재울에서 지리산)

   

별을 보며

조동화

정말 너무 오래 잊은 채 지냈구나
허망한 세상 불빛에 눈멀고 마음 흘려
밤이면 저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모깃불 타오르던 내 어린 고향 마당
은하 이마에 젖는 멍석 위에 누우면
무엔 지 그냥 그리워 잠 못 들곤 했더니

채우면 채울수록 허전한 삶에 매여
우러러 넉넉했던 먼 날의 그 순수를
아, 정말 너무나 오래 버려두고 살았구나.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셋

지금 나를,
내 삶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
시인처럼 먼 날의 그 순수일까

어린 시절
멍석에 누워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넉넉했다
그렇게 우린 부자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먹어도 또 먹어도 허기지다
지금의 별은 그 때 보았던 별이 아니다
우린 그 먼 날의 순수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무의식의 샘물,
영혼의 맑은 물에 우린 목이 마르다
지금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나를 진동한다
고맙다

(1228,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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