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에 저항해야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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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에 저항해야 시인이다
  • 양재성
  • 승인 2017.12.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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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3편

시인

김남주

세상이 몽둥이로 다스려질 때
시인은 행복하다

세상이 법으로 다스려질 때
시인은 그래도 행복하다

세상이 법 없이도 다스려질 때
시인은 필요 없다

법이 없으면 시도 없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1

시인은
몽둥이에 저항해야 시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법으로 바뀐 몽둥이에 맞서야
시인이다

감동을 준다는 것은
그 속에 진실을 갖고 있다는 거다
진실이 있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참 다행이다
그 눈이 우리에게 있으니

(1218. 가재울에서 지리산)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으면서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2

김종삼 시인의 매력입니다.
누가 시인이냐 하면
현장에서 하늘의 소리를 듣고
정 깊은 일상에서 진실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무지렁이 같은 이들이
역사의 주체임을 다시 보여줍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일하지만
진실을 버리지 않고
사랑으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무위자연입니다.
자신의 길을 갈 뿐인데
그것이 하나님의 길이 되는 삶 말입니다.

(1217, 가재울에서 지리산)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정홍
 
멀건 대낮에
여성회관 알뜰회관 교육회관으로
취미교실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아내에게 미안하다

생활꽃꽃이 꽃장식 동양화 인체화
서예 사진교실 풍물장고 생활기공
교실마다 가득 찬 여성들을 보면
아내에게 미안하다 

혼인한 지 십칠 년
철없는 자식들 키우느라
어수룩한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취미교실 문 옆에도 못 가보고
되돌아볼 새도 없이 십칠 년

하루일 마치고
별빛 달빛을 머리에 이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아내에게 미안하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3

우리가 의붓자식이냐
매번 기도하고 밥먹게
그래도 하느님이 고맙다
우리가 남이냐
무슨 일마다 고맙다 허게
그래도 아내에게 고맙다

함께 길을 나선 지 28년
수일처럼 길을 걸었다
그 길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충분히 행복했다

그래도 아내에게 미안하다

(1216. 가재울에서 지리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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