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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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길은
  • 양재성
  • 승인 2017.12.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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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2편

평화로 가는 길은, 이해인

이 둥근 세계에
평화를 주십사고 기도하지만
가시에 찔려 피나는 아픔은
날로 더해 갑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요.
얼마나 더 어둡게 부서져야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는 건가요.
멀고도 가까운 나의 이웃에게
가깝고도 먼 내 안의 나에게
맑고 깊고 넓은 평화가 흘러
마침내 하나로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울겠습니다.
얼마나 더 낮아지고 선해져야
평화의 열매하나 얻을지
오늘은 꼭 일러주시면 합니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해설]

비움의 달, 12월,
어느 때보다도 평화를 갈망한다
평화를 찾는 일이
평화를 만나는 일이
평화를 세우는 일이
평화의 열매하나 얻는 일이
참 힘들고 먼 길이다
중동의 화약고엔 다시 불이 붙고
평화를 위한 전쟁이 선포되고
인류의 평화는 저만치 물러났다
절실한 마음으로만
평화의 왕은 오신다는데
오늘 우리 안엔 그 절실함이 있다

(1212, 가재울에서 지리산)

겨울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해설]

겨울나무를 보면
저절로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어떤 것도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누군가가 지지하고 응원하기에,
물러서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저항하기 때문에 되는 거다
아주 작은 꽃과 열매, 작은 자람도
하늘의 은총과 자비의 선물이요
간절한 기도와 땀의 소산이다
그 어떤 것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다

(1211,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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