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하루를 배달하십니다
상태바
신은 하루를 배달하십니다
  • 양재성
  • 승인 2017.11.23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새로운 시작외 2편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1, 새로운 시작

정유찬

언제나
시작은 아름답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씨앗과도 같은 순간

미지의 영역을 향해
닻을 올리고
벅찬 설렘으로
나아갑니다

변덕 심한 바다도
타는 듯한 갈증도
삶을 향한 열정이 있는 한
이겨낼 것입니다

온 우주가 돕고
신이 함께할 것입니다

결국은
이루고야 말
당신만의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단상]

하루가 모아져 일생이 되니
하루가 일생인 셈입니다.
하루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어젠 지나갔으니 없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없고
늘 오늘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사는 셈입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이면
신은 하루를 배달하십니다
그로 우리네 일생은 시작됩니다
삶을 향한 열정과 사명으로 하루를 삽니다
마치 일생을 살 듯이
벅찬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1123, 가재울에서 지리산)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2, 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땀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러운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열매에 대한 단상]

처음부터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먹는 이를 위해
자신의 향기와 맛을 낸다
둥근 모양을 갖는다

잘 먹히는 일,
그 일이 생의 초대 목표인 열매는
과육은 먹는 이에게 주고
씨앗은 먹는 이를 통해 퍼진다
먹힘으로 다음 생을 잇는다

먹히는 것들이 먹는 이를 살린다
열매는 얼마나 거룩한가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치는 삶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1122. 가재울에서 지리산)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3, 사랑도 나무처럼

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忍苦)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사랑도 나무처럼에 대한 단상]

나무는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았다 
겨울로 들어서면서
나무는 자신을 비우고
기도한다
온 몸으로
하늘을 받아 땅에 전달한다
수도승처럼....

(1121. 지리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