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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느님 만나러 간다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2편
2017년 11월 20일 (월) 10:45:37 양재성 hfmc1004@hanmail.net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하나, 용산 하느님

이수호

내 어릴 적
엄마는 나에게 하느님을 들려주셨다
무릎에 앉아
흰 수염 휘날리며
착한 사람 도와주고 못된 놈 벌주는
하느님 꿈꾸며 잠들곤 했다
이 나이에
다시 하느님 만났다
용역들에게 얻어맞고 경찰에게 짓밟히면서도
억울하게 죽은 철거민 유족들 손 놓지 않는
용산의 하느님
5개월이 되도록 차마 떠나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주무시는
초라하고 가난한 하느님
한평생을 저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못하시는 일
도맡아서
가난한 곳 억울한 곳 불의한 곳 찾아다니며
같이 울고 같이 화내고 같이 먹고 같이 뒹구는
우리의 하느님
참사 6개월에도 동네 죽은 개 보듯 하는
이명박에게
불탄 채 꽁꽁 얼어 있는
난도질한 주검 둘러메고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는 유족들 손 붙들고
어쩌면 좋지요
그놈 눈도 꿈적 안 할 텐데
그 다음은 어쩌지요
걱정하고 고민하시는 하느님
혼자 주무시는 작은 차에서
울며 기도하시며
잠 못 드시는 하느님

   

[하루묵상]

2009년 1월, 용산참사
철거민 유족들과 함께 한 신부,
촛불을 밝힌 목사, 기독인들,
그런 세월이 쌓여 희망이 되었다.

시인은 말한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지 않고
거친 숨 몰아쉬며 거리에 계시다
오늘도 잠 못 주무시고 끙끙 앓는다

집을 나와 천막을 치고 거리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다리 뻗고 잘 수 있느냐며
그들 옆에 텐트를 친다
이들이 굶주릴까봐 밥을 해 나른다
우리들의 하느님,

시인은 고백한다
진짜 하느님은 사람의 몸을 입고
이미 그늘지고 아픈 현장에 계시다
오늘도 그 하느님을 만나러 간다

(1120, 가재울에서 지리산)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둘, 동행

박의상

임신한 지 8개월은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뒤뚱거리며 길을 건너다 말하네
아가야
둘이 한 길을 가기는
힘든 일이란다.
……
……
푸른 신호등 끝나고도
겨우 길 가운데쯤 온
숨 가득 찬
그 여자
차들 빵! 빵! 거리자
말하데
둘이 똑같이 멈추기는
더 힘든 일이란다

   

[나의 하루묵상]

아름다운 동행은
한 길을 가고 똑같이 멈추기다

혼자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언뜻 주변을 돌아보면
이렇게도 많은 동행이 있다
자신을 버리고 동행이 된 사람들
고맙다

나도 너에게 멋진 동행이고 싶다
그 힘든 일을 감수하고

(1118,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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