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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혁명을 생각한다
자발적 가난과 불편을 감수하는 진솔한 삶
2017년 11월 13일 (월) 14:33:27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11월이 되며, 루터의 종교(가톨릭)개혁 500주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 우리나라 촛불시민혁명 1주년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 둘인 우리 딸네는 강원도 어느 농촌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짓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루터가 주창한 가톨릭 개혁은 프로테스탄트(개신교)를 탄생시켰으나, 500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개신교는 그 당시 면죄부를 팔던 교황청 못지않게 대형교회를 세습하는 등,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공산주의 정부를 탄생시키며 깃발을 세운 러시아혁명의 소련 체제는, 20세기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나, 혁명의 주체가 보수화되면서 74년만인 1991년 해체됐다. 사실상 좌초한 혁명으로 귀결되었으나 지금도 중국, 쿠바, 베트남, 라오스 등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헌법 강령으로 채택하는 등 인류 역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 촛불시민혁명은 1년 만에 오만하고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고 새 정부를 세웠다. 촛불혁명 정신을 잇겠다는 새 정부는,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혁명과업의 완수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 등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저지른 불법행위들을 드러내고, 책임자를 구속하는 등 사정의 칼날을 번쩍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기의 정치적 탄압에 의한 불법행위가 아직 바로잡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그 피해자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행정지침의 공문 한 장으로 이루어졌던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는 행정오류로 인정하면서도, 아직도 법 밖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철창 안에 있다. 그리고 노동이나 재벌을 확실하게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이것이 무슨 혁명이냐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으나, 단지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몰아내고 새 정부를 수립했으니 그것만으로도 혁명이 아니냐고 반론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른바 이제 1년이 지난 촛불시민혁명은, 그것이 혁명이냐 아니냐? 아니면 어떤 혁명이냐를 묻는 단계인 것 같다.

   

혁명은 본래 이전의 왕통을 뒤집어 다른 왕통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통치하는 일을 일컫는 말이지만, 피지배 계급이 국가의 권력을 빼앗아 사회체제를 변혁하는 일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권력만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종래의 관습, 제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말한다. ‘산업혁명’, ‘컴퓨터혁명‘처럼 발명이나 기술의 획기적 진보로 사회적인 변혁을 가져오는 일에도 쓰인다.

그러나 진정한 혁명은, 어느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 각자의 삶이 구체적으로 확실히 달라지거나, 그런 전망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혁명은 함께 힘을 모아 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체제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혁신을 통해 자신을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전체 혁명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맏딸은 서른 후반이다. 학생운동 하느라 대학도 늦게 졸업했다. 졸업 후 사회운동에 헌신적으로 복무하며, 진보 성향의 인터넷 신문 기자도 하고 노동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슷한 처지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기도 둘을 낳았다. 아기는 시골에서 키우는 게 낫다며 어려운 귀촌 생활을 몇 년 하더니 드디어 올해 귀농을 선언했다. 11월 말이면 아무 연고도 없는 산골로 새로 집을 지어 이사를 간다고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으며 자기 가족도 혁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자발적 가난으로 불편을 감수하며 진솔한 삶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열어가려는 결단과 실천에 뜨거운 손뼉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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