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없는 세상 향한 하나님 지혜 얻어야
깊어가는 가을 한가운데서 천년고도 경주를 기억합니다. 지난 해 9월 경주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첫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규모 5.8의 지진진앙지에 가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주는 고대에서 근대, 현대까지의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요, 신라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산도시입니다. 그 곳에는 천년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이런 경주에 현재 핵발전소(이하 원전)가 6기나 가동되고 있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도 6기가 밀집해 있어 문제가 컸었던 걸 생각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 세계가 탈핵의 길을 걷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전 밀집도로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위입니다. 그런데도 3기(신울진1·2, 신고리4)를 거의 다 졌다고 새로 가동하려하고 있고, 또 29% 공사가 진행된 2기(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중에 있습니다. 반면 밀집도 2위의 벨기에는 가동한 지 40년 안팎 되는 7개의 원전이 전체의 55%나 차지하고 있음에도 2025년까지 영구 정지하기로 하였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고, 이웃국가들이 노후화한 원전의 폐쇄를 요구해온 데 따른 것입니다.
우리도 지난 6월 40년 가동한 고리 1호기를 영구 폐쇄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가동한지 3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이 6기나 있습니다. 그간 일어난 원전의 사고 고장 건수는 총 709건이나 됩니다. 후쿠시마 사고 1년 후 고리 1호기 비상전원 상실사고를 은폐했던 걸 보면, 그밖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시 원전이 오래된 순서로 폭발한 것을 생각하면 당장 멈추게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체 17기 중 8기를 즉각 폐쇄했습니다. 하지만 이웃 국가에서 전기를 대대적으로 수입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신고리 5·6호기가 활성단층대 위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건설허가 당시 2개의 활성단층만 조사해 최대지진을 평가했습니다. 법이 정한 4개의 활성단층을 평가에서 뺀 것이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확인되었습니다. 경주 지진의 원인이자 활동성 단층인 양산단층대도 최대 지진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지진 규모 7.0까지 견디는 내진설계를 했다지만, 지질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 규모 7.5까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원전 모두가 6.5까지 견디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신고리 5·6호기만 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최대지진 값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원전 사고는 단 한 번일지라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지만 기계라는 것이 오래 쓰고 많이 쓰면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아니 단순한 실수로도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당장 멈추어도 남는 숙제가 너무 큽니다. 안전한 원자로 해체 작업은 물론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 관리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번 폐쇄한 고리1호기는 물론 수명이 다 되어가는 원전, 그리고 공론화 중인 신고리 5·6호기로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면 됩니다. 우리가 쓸 전기는 달리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그 길 위에서 힘 있게 달려가고 있으니 완전한 핵 없는 세상도 멀지 않은 날 볼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들판에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며 풍성한 삶을 재촉하는 이 가을, 천년의 도시 경주와 우리 모두가 다 풍성해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러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이 먼저 원전은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한 진지한 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공부하며 기도하면, 핵없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혜를 얻어야 내가 제대로 기도하고 있는지,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하나님과 이웃과 자연 앞에서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글쓴이 유미호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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