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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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투명해진다
  • 양재성
  • 승인 2017.09.1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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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들외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하나, + 들 +

천양희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서
넓이를 가지는 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

+++++++++++++++++++

김제 가는 길
끝없이 펼쳐진 들
그리고 지평선

하늘은 땅을 통해 보여 지고
땅은 하늘을 통해 드러난다
모두는 서로를 의미 지운다
들은
가을의 들은 평화롭다

(0915, 가재울에서 지리산)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둘, + 엄마 +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이른 새벽
벌초하러 고향간다
어머니 묏등을 단정히 다듬고
그리움을 내려놓고 오리라

아들아, 이젠 가고 싶다
손 흔들며 떠나가신 울 엄마
보고 싶어
가을 하늘만 올려다본다

(0916, 지리산)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셋, + 나무 +

정연복

아름드리 나무이든
몸집이 작은 나무이든

나무는 무엇 하나
움켜쥐지 않는다

바람과 비와 이슬
햇살과 별빛과 달빛

온몸으로
포옹했다가도

찰나에 작별하는
비움의 미학으로 산다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굳게 지키면 그뿐

눈부신 꽃과 잎새들도
때가 되면 모두 떠나보내

한평생
비만증을 모르고

늘 여린 듯 굳건한
생명의 모습이다

++++++++++++++++

나무는 모든 것을
제 몸으로 경험하고
세월을
제 몸에 쌓는다

하늘을 사모하여
오르지만
오른 만큼 어둠을 찾아
내려 간다

여리면서도 단단하고
한 없이 겸손한 나무
있는 그대로 시대를 품는
가을나무를 보러 간다
오늘은........

(0918, 가재울에서 지리산)

시와 이야기가 있는 노트 넷, + 초가을 +

김용택

가을인 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 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 동안 
세월이 흘렀던 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

달빛이 참 환하다
하늘이 맑은 가 보다
별빛이 정말 밝다
하늘이 어두워진 가 보다

하늘도
바람도
들도
나무도
사람들도
투명해지는 가을이다

덩달아서
내 마음도
네 이상도
우리의 사랑도
삶도 투명해진다

(0919.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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