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박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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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박멸
  • 김홍한
  • 승인 2017.09.0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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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역사 되풀이 된다

무슨 연유인지 내 서재 창문틀에 개미가 올라왔다. 개미 알을 수없이 옮겨와서는 쌓아놓는데 환경이 좋지 못하니 갈팡질팡 이곳저곳으로 계속 옮겨 다닌다. 좁은 창문틀에서 옮겨 다녀 보아야 내 눈에 빤히 보이는 곳이다. 전혀 은폐, 엄폐가 되지 않으니 매우 불안할 것이다. 여러 날을 그렇게 갈팡질팡 왔다 갔다 했다.

개미들이 창문틀에서 우왕좌왕 하는 동안 개미와 개미알들이 압사할 것 같아 문을 여닫지도 못했다. 개미들이 창문틀에 올라온 후 나도 불안하다. 그 많은 개미들이 문틀을 벗어나 방안으로 들어온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보니 몇 마리가 창문틀을 넘어왔다. 아마 정찰병인 것 같다.


“안 돼! 들어오면 안 돼!”

어찌할까 궁리하다. 묘안을 짜냈다. 개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모기매트를 잘게 잘라서 창문틀 방 쪽으로 띠를 만들어 두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개미들이 방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가끔 들르는 친구가 개미를 보더니 개미 죽이는 약을 주겠단다. 약을 뿌려두면 개미들이 그 약을 먹이로 알고 집으로 가져가서는 전멸한단다.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저렇게 엄청나게 많은 개미들을 다 죽여야 한다니. 약 뿌리는 것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그럭저럭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틀의 개미들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창문틀을 보니 개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개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만 널브러져있다. 이놈들이 다 어디로 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놈들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다.

개미들의 출몰과 그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고 고민하는 동안 선택과 결정의 커다란 위험을 생각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수천, 수만 마리의 개미들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 두려웠다.

수천, 수만 마리의 개미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죽일 수 있다면 역시 수천, 수만의 사람도 그렇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기온은 26.7도, 습도 80%, 바람은 거의 불지 않는다. 아침부터 찌는 듯한 더위를 예고하는 가운데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되었다. 8월 9일 나가사키에도 투하되었다. 히로시마 주민 16만 명이 사망했다. 나가사키 주민 7만 5천명이 사망했다. 두 도시에 징용, 징병, 정신대 등으로 끌려가 있던 한국인도 10만 명 중 5만 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이들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죽어갔다.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그런 무시무시한 결정을 하고 실행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아마도 개미약 뿌리는 기분으로 그리했는가 보다.

일본이 밉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8월 6일과 9일은 인류가 영원히 기억하고 기념해야할 참회의 날이어야 한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되풀이 된다면 그곳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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