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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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 김홍한
  • 승인 2017.09.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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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것은 해석과 이야기들이다

에게 해의 패권을 놓고,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한다. 주전 1,200년 경 이다. 아마도 청동의 주원료인 구리와 주석의 생산·유통·소비의 주도권 싸움이었을 것이다. 10년이 넘는 긴 싸움에서 그리스가 승리했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전쟁의 후유증으로 그리스의 미케네 문명도 망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렇다 할 문명이 형성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이야기꾼들에 의해서 살이 덧붙여지면서 트로이 전쟁은 신화가 되었다.


바다의 미녀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와의 결혼식, 거기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 그가 던진 황금사과,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한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의 암투, 이 골치 아픈 문제의 해결을 제우스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떠넘겼다. 파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에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 그녀는 스파르타 메넬라오스의 왕비였다. 그녀를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납치하여 트로이로 데려갔다. 헬레네를 되찾기 위하여 그리스 연합군이 편성되고 트로이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아이네아이스등 수많은 영웅들이 만들어 졌다.

이 이야기들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약 500년 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 기록되었다. 그리스어로 기록된 거의 최초의 문헌이다.

그리스인들은 참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이들이다. 인간들의 전쟁에 신들을 끌어 들였다. 트로이 전쟁의 영향인지 서양인들은 걸핏하면 전쟁에 신을 끌어들인다. 콘스탄티누스는 막센티우스와의 전쟁에 신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승리한 것으로 믿었다. 프랑스인들은 백년전쟁에 잔 다르크를 통해서 신을 끌어들였다.

사람들의 못된 버릇 중 하나가 자신들이 벌이는 전쟁에 신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추악한 전쟁을 신의 뜻으로 만들어 聖戰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기를 “가장 추악하고 잔인한 전쟁이 종교전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종교전쟁은 없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추악한 전쟁에 신을 끌어들였을 뿐이다. 소위 말하는 가장 전형적인 종교전쟁이 독일에서 가톨릭과 개신교가 충돌한 30년 전쟁(1618-1648년) 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정말 신앙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을까? 당시 가톨릭국가였던 프랑스는 역시 가톨릭을 신봉하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를 견제하기 위하여 개신교편에 섰다. 전쟁이 종교를 구실로 한 세력다툼임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쟁을 하면서 신에게서 명분을 찾아 국민을 결속시키고 병사들에게는 충성과 순교를 강요한다. 그리고 신에게 전쟁에서 승리하게 해 달라고 진심으로 빈다. 참으로 교활하면서도 참으로 우매하다.

전쟁을 포함한 거의 모든 역사적 사건에서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남는 것은 거기에 대한 해석과 이야기들이다.

- 이야기 신학 79호(2012. 4. 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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