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모 라는 여성이 ‘동성애와 성소수자의 입장’이라는 나의 글에 “성경말씀 아니 하나님은 아시나요?

30여 년전 강원도 정선에서 첫 목회시절, 여자 집사 두 분이 덕송리 강변에 여름수련회 차 오셨다가 내가 살던 교회 사택을 방문해서 서재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기에 들어오라고 했더니 한참 내 서재에 꽂힌 책들을 보더니(주로 사회과학서적들) “전도사님 기도생활 열심히 하셔야 하겠어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한국사회에서 소위 갑질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기준입니다. 하나님도 자기가 만들어놓은 정형화된 틀에서만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오늘 좁은길교회 주일예배에서 함께 나눌 영성시는 김상현 시인의 <민어나 숭어처럼>입니다. 민어나 숭어처럼 더 넓은 곳을 향해 더 깊은 곳을 행해 나아가지 못하고 맨날 제자리걸음만 하는 미욱한 제 자신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민어나 숭어처럼
숭어가 가장 어렸을 때는 모치라고 부르고
좀 더 자라면 참동어라고 부르고
그보다 더 자라면 홀떡백이라고 부른다
민어의 어렸을 적 다른 이름은 감부리,
좀 더 자라면 통치라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버린 적이 없이
날마다 허락해 주신 새 날을
그저 그 날이 그 날이거니 하며 살면서도
부끄럼을 몰랐다
더 넓은 곳을 향해
더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맴돌면서도
게으름인 줄 몰랐다
이제라도
누가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다오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발 나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다오
숭어나 민어처럼.
(김상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