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波息笛(만파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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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波息笛(만파식적)
  • 김홍한
  • 승인 2017.07.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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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의 평화를 위한 설화

서기 2030년 세계는 극심한 경제공황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경제가 어려우니 각 나라마다 국내사정도 매우 복잡하였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하고 선진국에서도 인종갈등, 민족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으로 각종 시위와 테러등 조용할 날이 없었다. 도시는 무정부상태가 되고 약탈과 방화가 꼬리를 이었다.

거기에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았으니 폭우로 인한 홍수가 빈번하였고 또한 전염병이 돌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어떤 곳은 비가오지 않아 농사가 망쳐짐은 물론 식수까지 바닥나서 대규모 인구이동이 발생하였다.

누가 보더라도 인류종말의 날이 가까웠음을 실감하는 때에 조용하고 은밀하게 강대국의 정상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 하였다. 그러나 그 대책이라는 것이 너무도 무시무시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의 정상들의 원탁회의>

미국정상/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가 멸망하고 맙니다. 우선 우리 미국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경제입니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흑인들, 히스패닉들, 아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계속해서 폭동을 일으키고 있어요. 우리 미국에서도 굶어죽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폭동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경찰들 가운데서도 폭동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어요. 국가 경제가 바닥나서 군인과 경찰들의 임금이 벌써 6개월간이나 지급되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도 폭동에 가담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러시아 정상/ 그건 약과입니다. 지난 겨울에 우리 러시아에서는 100만 명이 얼어 죽고 굶어죽었어요. 봉급을 못주니 군과 경찰, 공무원들이 자리를 이탈해요. 이제는 세금 낼 사람도 없고 거둘 사람도 없어요. 군부대에 있는 첨단무기들이 수없이 사라졌어요. 통제가 안 됩니다. 지금 그 무기들이 소수민족들의 자치독립운동단체들로 흘러들어가고 있어요. 2개월입니다. 2개월 후면 러시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정상/ 우리는 이미 도시가 마비되었습니다. 도시에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아요. 서북부지방에는 벌써 3년간 극심한 가뭄으로 모든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양자강에는 큰 홍수가 나서 상해와 남경이 한 달 동안 물에 잠겼었어요. 모든 건물 다시지어야 합니다. 도시인구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모두들 도시 삶을 포기하고 시골로 갔어요. 그래도 시골에 들어가면 밥은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인데….
일본정상/ 지금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이 한반도에요. 남북한 정상들이 만나서 평화선언을 하고 활발한 남북교류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정치를 신뢰하고 정부시책을 적극적으로 따라주고 있어요.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 지하자원 가지고 아주 탄탄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요. 우리 일본, 2~3년 후면 한국에 먹히게되어 있습니다. 이미 일본인들의 상당수가 일본은 한국에 종속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정상/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 세계의 중심이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세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희생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킵시다. 전쟁만큼 좋은 경기부양책이 없어요. 전쟁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전쟁을 구실로 각국의 어려움들을 해결하세요.
러시아정상/ 그런데 무슨 명분으로 전쟁을 합니까?
미국정상/ 명분은 만들면 됩니다.
중국정상/ 뭐 좋은 묘안이라도 있습니까?
미국정상/ 마약사범들 다 석방하세요. 세계마약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증언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약을 크게 확산시키세요. 테러범들도 다 석방하세요. 세계 테러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증언하는 조건으로 석방하는 겁니다. 그리고 테러를 크게 확산시키세요.
중국정상/ 북한을 공격하면 남한이 가만히 있을까요? 지금 남한과 북한은 매우 밀접해 있습니다. 사이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공동의 운명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남한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일본정상/ 사실 북한보다 남한이 더 문젭니다.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 남한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함입니다. 실질적인 목표는 남한이에요. 전쟁의 명분을 남한에서 찾을 수는 없으니 북한을 표적으로 하는 겁니다.
중국정상/ 음~ 전쟁을 얼마만한 규모로 얼마동안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러시아 정상/ 적어도 각국이 가지고 있는 재래식 무기의 절반정도는 소비해야 할 것이니 적어도 3개월은 해야 할 겁니다.
4국정상/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일본정상/ 언제시작하지요?
미국정상/ 언제는 무슨 언제요. 지금 숨넘어갈 처지인데 당장 실행합시다.

<남북정상의 만남>

북정상/ 이럴 수가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 북한이 마약과 테러의 배후라고 난리에요. 북한 대사관들이 모두 공격당하고 있어요. 북한 외교관들은 대사관 밖으로 한발자국도 못나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우리 외교관들이 외출했다가 그 나라 시민들에게 맞아죽었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대사관 유리창이 남아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날아온 돌에 모두 깨졌어요.
남정상/ 음~ 알고 있습니다. 남한대사관들도 마찬가집니다. 남과 북은 한민족이라고, 그놈이 그놈들이라고해요. 북한 대사관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외교관들도 밖 출입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북정상/ 음모입니다. 전쟁을 하기 위한 구실을 만드는 것이에요. 이미 우리 선박들은 모두 운행이 금지되었어요. 우리 선박은 무조건 검문하고 억류합니다.
남정상/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3일입니다. 3일 후면 전쟁이 발발합니다. 북한 전역에 대한 폭격이 시작될 것입니다.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북정상/ 우리는 전국토가 요새화 되어 있어요. 웬만한 공격은 어렵지 않게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내부에서 어떻게 견디느냐가 관건입니다.
남정상/ 그건 우리가 돕겠습니다.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들은 우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급하겠습니다. 옛날에 북한이 파논 땅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이용하면 드러나지 않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을 겁니다.
북정상/ 그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북정상/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도 그냥 당하지는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는 핵무기 개발했습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개발했습니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저들의 심장부를 강타할 정도는 됩니다. 3개월입니다. 3개월만 참고 견디겠습니다. 그 이상 공격이 계속되고 우리 북한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면 그 때는 과감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남정상/ (웃으면서)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번 전쟁은 우리의 승리가 확실합니다. 온 세계는 우리 남한과 북한의 발 앞에 무릎을 꿇을 겁니다.
북정상/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번 전쟁을 우리는 민족 최후의 날로 알고 명예롭게 최후를 맞이할 각오를 하고 있는데.
남정상/ 만파식적 아십니까? 천삼백여년 전 신라 신문왕 때 만들었다는 만파식적 말입니다.
북정상/ 그거 설화 아닙니까?
남정상/ 설화인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것이 사실입니다. 실제 그것이 있어요. 10년 전 동해안 핵발전소에 사고가 있었어요. 핵폭발 직전까지 갔어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 때 폭발했다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때 기적이 일어났어요. 동해바다에 찬란한 빛과 함께 만파식적이 바다위로 떠오르면서 핵폭발이 멈춘겁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입니다. 그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습니다. 신의 임재를 강력히 체험한 후 우리나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든 핵시설 다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참으로 모범적인 민주국가, 복지국가, 평화국가를 만들기로 다짐했지요. 그리고 만파식적을 우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후 평화가 필요한곳, 세계 곳곳에 다니며 사용했지요. 3년 전 극심한 가뭄으로 멸망위기에 있던 아르헨티나에서 아주 은밀한 가운데 만파식적을 불었어요. 그러자 즉시 먹구름이 형성되고 비가 내렸어요. 가뭄이 해소될 만큼 충분히 내렸어요. 물론 수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신비합니다.
7년 전 소말리아 내전에도 만파식적을 가져가서 불었습니다. 그날로 내전이 끝났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그냥 누그러져서 서로 양보하고 전쟁이 끝났어요. 그 후로 소말리아의 평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주 가깝게는 작년이에요.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화산폭발이 임박했다고 했어요. 약 30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학자들은 100% 화산폭발과 지진을 예측했지요. 거기에 만파식적을 가져가서 불었어요. 화산폭발 직전에 용암이 식었어요. 그저 신비에요. 아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해서 학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통쾌한 일도 있어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끝장내려고 엄청난 폭탄을 준비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는데 공격 전날 거기 가서 피리를 불었어요. 새벽에 공격하려고 하는데 비행기가 전혀 작동을 안 해요. 비행기 뿐 아니에요. 모든 장비들이 멈추었어요. 지금까지도 거기에 있는 무기들 꼼짝을 안 해요. 모두 고철이 되었어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요. 미국수뇌부들은 그것을 “알라신의 저주”라고 해요.
버팁시다. 버티는 데까지 버티면 저들이 마지막 총격을 할 때 그 때 만파식적을 사용합니다. 미리 사용하면 전쟁의 위험은 계속됩니다. 저들이 군사력을 총 동원했을 때 사용하여야 저들의 무력을 모두 잠재울 수 있고 그래야 세계평화가 이룩됩니다. 힘들겠지만 버팁시다. 우리 남한의 모든 것을 북한과 똑같이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합니다. 이 시간 부로 우리 통일합시다.

<4개국 정상들>

미국정상/ 모두가 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북한에 대한 증오가 들끓고 있어요. 불과 2~3일 만에 전쟁의 명분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합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석방한 마약사법들과 테러리스트들 중 여러 명이 기자회견을 요청했어요. 틀림없이 양심선언을 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면 세계여론은 금방 바뀝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죽어요. 권력만 빼앗기는 정도가 아닙니다. 목숨을 부지할 수도 없고 영원히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겁니다. 우리가 역사의 영웅으로 남느냐 아니면 역사의 죄인으로 죽느냐 기로입니다. 시기를 놓치면 끝장입니다. 지금입니다.
일본정상/ 동감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각 국 군에 명령합시다. 공동책임져야 하니 지금 이 자리에서 동시에 합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공격이 개시될 때까지 이 자리에 함께 있읍시다.

- 각 국의 정상 제 나라의 군에 공격명령을 시달한다. -

1~2분 간격으로 각국의 미사일이 발사된다. 각국의 항공모함이 급히 동해와 서해로 향한다.
북한의 전 국토에 미사일이 떨어진다. 북한 해안에 접근한 각종 전함에서는 함포가 발사된다. 각국에서 발진한 폭격기들이 무수히 폭탄을 투하한다. 북한의 모든 산업시설들이 파괴된다. 저수지들이 폭파되어 급류에 의하여 작물들이 쓸려간다. 그러나 이미 북한의 주민들은 모두 요새화된 지하대피소에 안전하게 피신해 있다.

본래 소비하기 위한 전쟁이었기에 강대국들은 아낌없이 폭탄을 투하했다. 평양시에는 온전한 건물이 하나도 없다. 신의주에도, 개성에도, 원산에도 그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산림이 울창한 곳에는 네이팜탄이 투하된다. 모두 타버렸다. 산도 온통 민둥산이 되었다. 3개월 동안의 폭격으로 북녘에 있는 것은 다 파괴되었다.

<4개국 정상회의>

미국정상/ (통쾌하게 웃으면서)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3개월 동안 실업자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공장들 팽팽 돌아가요. 골치 아픈 이들은 반국가 사범이라고 다 잡아들였어요. 사사건건 발목 잡던 야당들도 국가적 대사인 전쟁 앞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지요.
러시아정상, 중국정상/ 이게 다 미국 정상의 결단력 덕분입니다. 우리가 크게 빚졌습니다. 우리도 골치 아픈 일 들 다 해결했습니다.
일본정상/ 그런데 여기에서 멈출 겁니까? 북한에 대해서 잘 알지 않습니까? 그들 껍데기만 부셨어요. 사람들은 그대로 다 지하에 숨어 있습니다. 이대로 전쟁 끝나면 저 사람들 2~3년이면 다 복구합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남한에는 폭탄이 한발도 안 떨어졌어요. 그리고 남한이 몰래 북한 지원한 것 다 알지 않습니까?
미국정상/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부터입니다. 이제 재래식 무기는 거의 다 소비했으니까 핵무기 사용합시다. 북한이 재기하지 못하게 해야지요. 핵무기 사용하면 지하에 있는 사람들도 다 죽어요. 살아 나온다고 하더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어떻게 삽니까? 이제 끝장이에요. 북한이 그렇게 되면 남한도 끝장이에요. 남한이 그렇게 강해진 건 남북경협때문아닙니까? 최근 3개월 동안 북한경제 마비되니까 남한 경제도 곤두박질입니다. 이제 남한의 전성기는 끝났어요.
러시아정상/ 서둘러 마무리 합시다. 벌써 반전운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유럽은 반전운동으로 벌집 쑤신 듯 합니다. 러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심상치 않아요.
중국정상/ 그래요. 중국의 골치 아픈 지식인들이 자꾸 음모니 어쩌구 그래요.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기는 하지만 계속 떠들어 대고 천안문에 반전데모대 숫자가 자꾸 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이 심상치 않아요. 조선족들 중에 북조선에 가서 죽겠다고 국경을 넘어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가는 족족 폭격에 죽는데 그런데도 자꾸 가요. 한사람이 국경 넘어가서 죽으면 열사람, 백사람이 동요해요. 이러다가 새로운 문제 크게 발생하겠어요. 빨리 마무리 합시다.

일본정상/ 그럼 핵공격을 언제 어떻게 할까요?
러시아정상/ 저번처럼 똑같이 해야지요. 같은 날 같은 시에 우리 넷이 모여서 함께 해야지요.
미국정상/ 이미 다 준비 된 것 아닙니까? 지금 그것하려고 모인 것이지요.
중국정상/ 자~ 이제 마지막을 준비합시다. 점심식사 하는 동안 모든 공격을 중단하고 오후 3시 이 자리에서 함께 공격합시다.

<같은 시각 청와대>

북정상/ 폭격이 멈추었습니다.
남정상/ 폭풍전의 고요함입니다. 핵공격이 오후 세시라고 합니다.
북정상/ 아!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정상/ 우리 운명의 시간이 아니라 저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일본의 수뇌부가 은밀하게 모였다>

일본정상/ 오후 3시면 북한에 핵공격이 시작됩니다. 남한에 대한 공격준비도 완료 되었지요?
국방대신/ 예,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포항, ... 남한의 주요도시 8곳에 대한 공격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일본정상/ 이것으로 남한도 끝장인가요?
국방대신/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투자한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반발도 클 것입니다.
일본정상/ 감수해야지요. 사실 피해가 큰 것은 우리가 제일 크지요. 우리가 투자도 제일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국방대신/ 각하! 아직 남한에 제 동생이 있습니다. 혹시 정보가 새나갈지 몰라 동생에게 귀국하라고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일본정상/ 국방대신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미안합니다. 지금 남한에 있는 우리 일본인들이 몇 명이나 되지요?
국방대신/ 대충 2만 명 쯤 될 것입니다. 역시 정보가 새나갈지 몰라 숫자파악 지시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정상/ 잘하셨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그분들에 대한 보상을 후히 해야겠어요. 공무차 남한에간 사람들은 국가유공자로 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세요.

<오후 3시 식사를 끝낸 4개국 정상들>

중국정상/ 맛이게 식사들 하셨습니까?
일본정상/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긴 먹었는데 그게 어디 먹는 건가요?
미국정상/ 역사적 순간입니다. 우리가 역사의 씻지 못할 역적이 될지 아니면 인류구원의 영웅이 될지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러시아정상/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우리가 역적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섭섭합니다. 우리의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결정입니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킬 수 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어쨌든 이번 결정으로 세계는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향후 20~30년은 견딜 만 할 겁니다.
미국정상/ 자! 모두가 우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준비되셨지요. 같은 시각에 명령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전광판을 보시지요. 30초 남았습니다. 10초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갑니다. 10,9,8...... 발사.

<청와대 대통령집무실>

비서실장/ 각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남정상/ (남북정상이 함께 레이더를 보고 있다.) 알고 있네,
남정상/ 준비는 되어 있겠지?
비서실장/ 예, 오음득 선생께서 모란봉 꼭대기에 대기하고 계십니다.
남정상/ 음, 그나마 몇 시간 폭격이 멈춘 것이 큰 다행이야.
남정상/ 오음득 선생의 건강은 어떠한가?
비서실장/ 80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 10일 전 부터 단식기도중이시라 기력이 많이 쇠했지만 의지가 대단합니다. 모란봉까지 도움 없이 홀로 오르셨습니다. 마치 깃털이 날아오르는듯 했다고 합니다. 감히 가까이 할 수 없는 신선의 모습이셨다고 합니다.
남정상/ 음~ 그러실 거야.
북정상/ 미사일이 많이 가까워 졌군요. 아니, 일본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남한을 향하고 있군요. 어찌된 일입니까?
남정상/ 예상한 일입니다. 이로서 남북이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 아닙니까?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북한 동포들에게도 덜 미안하구요.
북정상/ 미사일이 더욱 가까워 졌군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비서실장/ 첫 미사일이 도착하기까지 1분 10초 남았습니다.
북정상/ 오! 하나님, 돌보아 주옵소서.

- 그 시각 모란봉에서 오음득은 깊은 기도에 잠겨있다. -

수행원/ 선생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1분 남았습니다.
……
수행원/ 선생님 10초 남았습니다.

- 오음득이 만파식적을 입에 댄다.-
- 아름다운 피리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밝은 빛이 사방을 비춘다. 그리고 꽃눈이 내린다.
- 음악소리 계속 연주 ....

비서실장/ 첫 미사일이 떨어질 시각이 지났습니다.
남정상/ 핵폭발의 섬광이 보이지 않는군요.
북정상/ 성공했습니다.
비서실장/ (다급한 목소리로) 핵미사일이 오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4개국 정상>

러시아정상/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미사일이 방향을 거꾸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정상/ (사색이 되어 국방장관에게) 어떻게 된 일이야 빨리 알아봐!
미국방장관/ (그 자리에 주저 앉으며) 오! 주님, 용서해 주옵소서.
일본정상/ 지금 뭐하는거요. 이런 시각에 기도라니, 당신 미 국방장관 맞아!,
일본정상 수행원/ (다급하게 들어오면서) 각하 우리가 발사한 핵미사일이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19분 후면 본토에 떨어집니다.

- 일본정상 맥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 러시아정상, 중국정상/ 레이더를 보면서 역시 사색이 되어 주저앉는다.

모스크바, 워싱턴, 동경, 북경 등에 공습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영문을 모르는 그곳 시민들은 공습사이렌의 경고음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혹 당황하고 혹 그 시끄러움에 짜증을 낸다. 다급하게 피신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저 우왕좌왕할 뿐이다.

<4개국 정상>

레이더의 흰점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춘다. 깊은 절망의 기운이 회의장을 덮고 있다.
“다 끝났다.” 누군가가 깊은 신음과 함께 내뱉는 소리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모두가 그 말을 했다. “다 끝났다.”

그 시각 모스크바, 워싱턴, 도쿄, 베이징 등에는 때 아닌 꽃눈이 내린다. 오색 꽃잎들이 하늘에서 눈 내리듯이 내린다.

~끝~

신라 신문왕 3년(683년) 동해바다에 작은 산이 나타났다. 산 모양은 마치 거북의 머리처럼 생겼는데 산 위에 한 개의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둘이었다가 밤에는 합해서 하나가 되었다. … 용 한 마리가 검은 옥대(玉帶)를 받들어 바친다. 왕이 “이 산이 대나무와 함께 혹은 갈라지고 혹은 합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고 묻자 용이 대답하기를

“성왕(聖王)께서는 소리로 천하를 다스리실 징조입니다. 왕께서는 이 대나무를 가지고 피리를 만들어 부시면 온 천하가 화평해질 것입니다.”

왕이 그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그 피리를 불면 적병(敵兵)이 물러가고 병(病)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지면 날이 개며, 바람이 멎고 물결이 가라앉는다. 이 피리를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부르고 국보(國寶)로 삼았다.

오랜 전란이 끝났다. 백제가 멸망(660년)하고 고구려도 멸망(668년)했다. 당나라도 몰아냈다. 그동안 평화를 바라고 또 바랬던 신라의 백성들은 평화의 염원을 모아 만파식적 설화를 만들어 내었다. 만파식적을 일본이 탐을 내자 원성왕 3년(787년) 내황전에 간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 이야기 신학 110호(2014. 2. 16)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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