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폐쇄로 교회가 새로운 길 찾아야
2017년 6월 18일, 고리 1호기가 폐쇄된 날입니다. 첫 가동이후 40년 만의 영구 정지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두 번째 수명 연장 시도였고, 국내 원전 사고의 20%나 되는 잦은 사고가 나고 있었던 만큼 이번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사실 고리 1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총 발전량의 0.85%밖에 되지 않습니다. 발전량으로 보면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총 발전량의 0.57%)도 가동 중단했어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은 26.3%고 전력수요가 더 관리하면 문제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폐쇄가 문제 해결의 끝은 아닙니다. 중단후에도 고리 1호기의 ‘원전 해체’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발전단가에 계산되지 않았던 비용을 들여 운영기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해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고리 2·3·4호기를 비롯한 11기는 또 수명 종료를 맞게 될 것입니다(2022년). 혹자는 말합니다. 그래서 발전소 가동 전에 신규 원전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신고리 5·6호기(공정률 28%)의 경우 고리 1호기보다 5배나 큰데, 고리 인근에 사는 380만 명의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동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90% 공정율의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도 98% 공정율에도 중단한 대만을 생각하면 생각해볼 일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고리 1호기 폐쇄로 ‘탈핵’ 곧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에 섰습니다. 이 길을 계속 걷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찬핵 진영의 거센 반발도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 등의 문제에 진솔히 대처해야 합니다. 원전 17기의 폐쇄를 결정하기까지 독일은 40년간 찬성 반대 진영 간의 공방이 있었습니다. 대안으로서의 ‘탈핵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해가야 합니다. 국가 차원만이 아니라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를 비롯한 경기, 충남, 제주시의 지역에너지계획을 적극 지원하여 실행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발전용량이 조금은 넉넉한 형편이라니 기회도 좋습니다. 무리한 전력계획을 세우지 말고, 발전설비 증설 대신 수요관리로 동 하계 전력수요를 더 줄여볼 일입니다. 지금은 전기가 부족해 불편하다며 개미처럼 전력을 생산할 때가 아닙니다. 에너지탐욕으로 인한 지구의 미래를 염려해야 할 때입니다. 원전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안정적이지도 않습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전기는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전기제품 사용시간을 줄이고,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LED로 조명을 교체하거나 적정한 조도를 유지’함으로써 절약할 뿐 아니라 효율 향상과 생산에 힘써야 합니다.
‘탈핵 에너지전환’ 모두가 다함께 걸어야 할 길이지만, 생명을 ‘지키고 돌봐야’ 할 교회가 이 길에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미래를 예견하고 재앙을 대비했던 야곱처럼, 오늘날 교회가 먼저 허락받은 것 이상 쓰고 있는 이들이 내려놓게 해야 합니다. 탐욕스럽게 에너지를 사용해온 것을 회개하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듯 전기도 필요만큼 쓰도록 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전기요금(2030년까지 약 30% 인상 추축)을 낼 마음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개인 삶은 물론 사회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빛(태양)의 범위 안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낼 것이라 믿습니다.
이 땅 모든 교회들이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길을 걸어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걷는 가운데 에너지 위기로 인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력발전과 방사능을 내뿜는 원전에 기대었던 삶을 온전히 주께 돌이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만드신 빛(태양)의 범위 안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극히 작은 생명 하나일지라도 주께 받은 바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릴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드립니다.
* 글쓴이 유미호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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