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나이 15 - 시인

그녀는 15년 넘게
매주 한 편씩 시를 쓰고 있다
시집으로 엮어도 좋을 듯한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남들은 구상 단계에서 잘 안 풀려
뮤즈를 기다리느라 낑낑대기도 하는데
그녀는 더 새로운 더 맛있는 더 풍성한
뭐 그런 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입맛 까다로운 고정 독자 20여명에게
늘 감동을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재료를 준비하면서부터 여간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매번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은
영혼 깊숙한 교감의 결과인데
실은 독자가 감동할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자활단체 식구들과
한 주일에 한 번 점심밥을 직접 만들어
맛있게 함께 먹는 그녀는
내가 아는 가장 맛깔 나는 시인이다
오늘도 아내는 고운 시어들이 가득 담긴
조금은 흥분한 캐리어를 끌고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가장 맛난 시를 대접하기 위해
언덕배기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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