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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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유감
  • 이수호
  • 승인 2017.05.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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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 바람직

‘스승의 날’은 법으로 정한 국가 기념일입니다. 이날이 되면 몇몇 학교 때 제자들에게서 연락이 오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스마트폰 문자로 간단한 안부와 축하 메시지가 전달돼 오기도 합니다. 부끄럽지만 고마운 일입니다. 평생 직업교사 노릇하며 산 삶의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 글쓴이 이수호님은 전태일재단 이사장
그런데 ‘스승의 날’도 유래와 변천사를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1958년 5월 청소년적십자 단원이었던 충남 어느 지역의 학생들이 날을 정해 현직 선생님들과 은퇴하신 선생님,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위문한 데서 시작됐다 합니다. 이를 의미 있게 여긴 청소년적십자사 충남협회는 1963년에 9월21일을 충청남도 지역의 ‘은사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를 실시했는데, 1964년부터 ‘스승의 날’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으며 날짜도 5월26일로 변경했다 합니다. 1965년부터는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15일로 바뀌어 <스승의 은혜>라는 ‘스승의 날’ 노래와 함께 전국적으로 퍼지게 됐답니다. 그러나 박정희 유신시대가 되면서 1973년 3월 모든 교육관련 기념행사가 ‘국민교육헌장선포일’로 통합됐고, ‘스승의 날’은 1981년까지 금지되게 됩니다. 이후 1982년 우리 사회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그해 5월 제정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9년 만에 부활했고,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날은 스승 찾아뵙기, 안부편지 보내기, 모교나 자녀학교 방문하기 등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선양할 수 있는 여러 행사들이 시행됐고, 학교에서는 행사를 통해 붉은 카네이션을 스승의 가슴에 달아 드림으로, 스승을 위로하고 스승의 은혜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정부와 교육기관에서는 우수교원을 발굴하고 교육발전에 기여한 교원들에게 훈장·표창 등을 수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승의 날’ 행사도 법정기념일로 관이 주도하면서 행사 위주로 변질됐습니다. 내용도 원래의 순수한 스승 존경과 위로보다는 교사들은 승진에 도움이 되는 훈포장 등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학부모들은 선물이나 촌지를 전달하는 날로 왜곡되기도 했습니다.

1986년 전국 YMCA교사협의회 소속 교사들은 교육민주화운동 차원에서 학교행사로만 시행하던 ‘스승의 날’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교육현장은 학급당 학생수 60~70명의 콩나물 교실에다, 여러 가지 조건이 학생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교사들은 그러한 현실을 개선해서 참교육을 실천해야 함에도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면서 ‘스승의 날’이라 해서 학생들이 달아 주는 카네이션을 가슴으로 받고, 학생들이 불러 주는 <스승의 은혜> 노래를 듣는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부담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 가식적인 ‘스승의 날’ 행사보다는 교사들이 교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교사의 날’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고, 그해 5월10일 제1회 ‘교사의 날’을 선포하고, 그런 마음을 담아 교육민주화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정권의 탄압 속에서 앞장섰던 교사들은 해임·부당 전보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교사의 날’ 제정 운동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뒤에도 학교에서 ‘스승의 날’ 행사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순기능과 역기능의 혼란 속에서 유지돼 왔습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교사에게 전달되는 뇌물 성격의 과도한 선물과 촌지 봉투였습니다. 진정한 의미로 고마움을 전달하는 작은 선물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한때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에는 아예 등교를 않고 쉬게 한다거나 학부모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까지 취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김영란 법’이라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까지 생겨 현직 교사에게는 음료수 한 병이나 카네이션 한 송이도 법에 저촉된다니, 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을 두어 교사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날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날’은 인생을 살면서 자기에게 가르침을 주었거나 모범으로 삼고 싶은 분을 기억하며 찾아뵙는 날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번 ‘스승의 날’에는 매년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제 삶의 큰 스승이신 백기완 선생님을 찾아뵀습니다. 늙어 가시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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